UPDATED. 2024-04-28 17:08 (일)
[영상] 개들 앞에 사과한 할머니 "견주가 하도 신고하니까 조장인 내가 대신 사과"
[영상] 개들 앞에 사과한 할머니 "견주가 하도 신고하니까 조장인 내가 대신 사과"
  •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승인 2021.06.05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견주와 언쟁한 할머니 사과 거부하자 다른 할머니 내세워 '대리 사과'하게 해


지난 4일 오전 경기 양주시 옥정호수공원에서 만난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환경지킴이 어르신들. 이중 조장인 최 할머니가 지난달 31일 견주를 만나 사과했다고 밝혔다. © 뉴스1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원래 할머니의 잘못은 없지만 조장인 내가 대표로 견주를 만나 사과했다. 그렇지 않으면 견주가 하도 신고(민원제기)를 하니까."

경기 양주시 옥정호수공원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인 공원 환경지킴이로 일하던 할머니가 개들을 데리고 나온 견주 앞에서 사과한 사건이 논란인 가운데, 당시 사과를 직접했던 할머니가 '대리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자리에는 환경지킴이로 일하는 어르신 여덟명이 함께 했다.

뉴스1은 지난 4일 오전 옥정호수공원에서 공원 환경지킴이 조장인 A 할머니(70대)를 만나 '사과했던 상황, 사과한 이유' 등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A 할머니는 "지난달 31일 오전 이곳에서 개들을 끌고 나온 견주를 만나 노인일자리사업 관련 담당 선생님들과 함께 사과했다"고 밝혔다.

A 할머니가 견주를 만나 사과한 이유는 팀원인 B 할머니(78)가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이곳에서 견주와 언쟁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사과를 했느냐'는 질문에 A 할머니와 다른 어르신들은 "견주와 언쟁했던 이 할머니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당하게 개들을 벤치에 앉히지 말라고 주의를 줬을 뿐이다. 다만 사과한 이유는 견주가 계속 신고(민원제기)를 하기 때문에 조용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견주가 할머니의 사과를 요구하자 결론적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조장 할머니가 대신 사과한 것이다. 사과를 받은 견주도 대리 사과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사과를 받았다.

A 할머니는 "우리는 환경지킴이 띠를 두르고 일하니 약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와 노인위탁기관의 관리감독을 받는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로서, 그리고 동료 어르신들을 이끄는 조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함에도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가 벤치에 앉은 개들을 둘러싸고 견주와 언쟁을 할 당시 이를 지켜봤다는 어르신들은 "우리가 다 목격했는데 개 임자(견주)가 이 할머니더러 큰 소리로 '법'을 운운했다. 이 할머니가 한마디 하면 개 임자(견주)는 열마디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고 다 놀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할머니가 견주한테 '개를 벤치에 앉히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그러면 견주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끝낼 일인데 따박따박 따지면서 '대체 어느 나라 법이냐'면서 소리를 질렀다. 견주의 목소리가 할머니보다 더 컸다"고 주장했다.

이어 "견주가 부모님뻘 할머니한테 큰소리로 말했고 할머니가 한마디 하는 동안 견주는 두 마디씩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 할머니와 어르신들은 "이 할머니는 견주의 주장처럼 '막말'을 하는 분이 아니다. 항상 경우 바르고 예의 있다. 그 우리가 봤지만 해당 할머니는 막말하거나 욕을 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견주는 동주민센터, 시청,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우리나라에 개들을 벤치에 앉히지 말라는 법이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견주가 민원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최 할머니는 조장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표로 사과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견주와 언쟁했던 할머니는 '내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사과하기 싫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한편 민원이 잇따르자 양주시는 '언쟁했던 해당 어르신과 견주가 만나 사과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해당 어르신을 인솔하는 최 할머니가 사과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아 마치 사과 자체가 없는 것처럼 책임을 회피했다.

할머니와 언쟁 뒤 민원을 제기해 사과를 받아낸 '시바견'과 '아키타견'의 견주는 지난 3일과 4일 이틀간 뉴스1과의 수차례 통화에서 줄곧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이 땅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견주들은 너무나 힘들다. 여성 견주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함부로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견주는 "민원전화 이후 시와 노인관련기관 등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전화로 사과를 해도 되겠느냐'고 묻길래, 전화로는 오해가 쌓일 수 있으니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할머니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언쟁이 일어났던 장소에서 만나자고 한 뒤 지난달 31일 반려견을 이끌고 나가 (50여분간 할머니가 오기를 기다린 끝에) 만나 서로 사과하고 풀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