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1:28 (월)
[기고] "보신탕, 우리 문화 아니다" 개식용, 그 끝은 언제일까
[기고] "보신탕, 우리 문화 아니다" 개식용, 그 끝은 언제일까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1.06.26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개식용은 중국 문화"
경기도의 한 개농장에서 식용견들이 오염된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있다.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인간은 고대부터 많은 동물을 가축화했다.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가축화된 동물은 물론 야생의 동물을 잡아먹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심지어는 같은 인간을 잡아먹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인간세계가 문명화되면서 가장 먼저 없어진 것이 식인의 풍습이다.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행위도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금지 행위에 들어가 국제범죄로 취급받고 있다.

가축의 식용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장 먼저 사람과 가까운 개의 경우 유럽은 물론 아시아 국가에서도 중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식용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는 식품으로 취급하지 않지만 아직도 축산법에 가축으로 등재돼 있다. 개를 음식으로 하는 식당, 즉 보신탕을 판매하는 업체는 정부로부터 무언의 합법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개를 식용으로 하는 풍습은 우리나라의 고유 식습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오수의 개' 이야기처럼 사람들과 개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뤘다. 삼국시대의 삽살개처럼 전국 각지의 여러 고유 품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과 500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한반도의 주인도 있다. 안타깝게도 삽살개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일본 군인들의 방한복과 신발 제작 등을 위해 수탈되면서 멸종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원래 보신탕은 중국의 고대문헌, 즉 사마천의 '사기'에 등재돼 있던 내용이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라는 책자에 인용되면서 우리나라 고유음식으로 변질된 측면이 크다. '동국세시기'에는 사마천의 '사기'를 인용해 진나라 덕공(德公) 2년, 복날이 되면 제사를 지내는 사당을 짓고 개를 죽임으로써 벌레로 인한 피해를 막았다고 적혀 있다. 복날 보신탕의 기원을 진나라 덕공 2년으로 본 것인데 정확하게 기원전 676년이다.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에 따르면 '동국세시기'가 인용한 '사기'에는 복날 개를 잡았다는 기록이 두 군데나 보인다. 하나는 진나라 역사를 적은 '본기'에 덕공 2년 '초복에 개고기를 잡아 벌레를 막는다'는 기록이다.

또 다른 기록은 '사기'의 '십이제후연표'에 나온다. 덕공 2년에 '처음으로 복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을 짓고 개고기를 찢어 성문 네 곳에 걸었다'는 내용이다. 전염병인 역질(疫疾)을 막으려고 개고기를 걸어 나쁜 기운이 성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6세기 '형초세시기'에서도 복날 개고기로 만든 국을 먹는 것은 나쁜 기운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모두 중국 문헌에 있는 기록들이다.

즉 보신탕은 우리 고유의 음식이 아니라 중국에서 넘어온 풍습인 것이다. 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무자비하게 학살된 삽살개들이 수탈에 신음하던 우리 민족에게 일종의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고유음식으로 변질됐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보신탕은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음식으로 대우받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기피 음식, 즉 혐오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애완동물 취급받던 강아지들이 어느덧 반려동물로 대우받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개식용이 나쁘다는 인식이 커지게 됐다.

또한 이른바 '육견'의 사육현장이 관리되지 않고 축산물위생처리법상 제재도 받지 않아 항생제의 오남용 등 국민보건건강에도 큰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정부는 자연스럽게 보신탕 문화가 없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개식용의 종식은 요원하다.

정부는 '개식용이 자연스럽게 종식될 것'이라며 미래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 개식용의 완전 금지를 위한 법률(개식용 금지법)을 도입함으로써 전 세계에 우리나라가 국격에 맞는 동물보호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육견사육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전업할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미래에 보신탕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낙관론은 현재 육견사육업자들의 생존권을 도외시한 정책이다. 그 분들 또한 사회발달과정 중 뜻하지 않게 생긴 피해자들이다. 육견업에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선제적 조치만이 개식용의 빠른 종식을 가져올 수 있다.

육견사육업자들도 생존권 쟁취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빠르게 사라져가는 개식용 관련업에서 하루빨리 전업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이는 우리 땅에서 개식용 종식을 위한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우리 땅의 강아지들이 식용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날을 그려본다.

글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 정리 최서윤 기자

사진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프로필 © 뉴스1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