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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누렁이' 감독 "반려견·식용견 똑같아…개식용 산업 미래에 대한 결정 내려야"
[인터뷰]'누렁이' 감독 "반려견·식용견 똑같아…개식용 산업 미래에 대한 결정 내려야"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1.08.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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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 개식용 산업 다룬 영화 감독 케빈 브라이트... "중국에서도 '누렁이'를 봤으면"
영화 '누렁이' 감독 케빈 브라이트와 개농장에서 구조한 반려견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입니다. 영화 속에서 강형욱 훈련사가 잘 표현해 주신 바 있지요. '(모든 개는) 똑같아요. 생각하는 거, 바라보는 거, 똑같아요'라고 말입니다."

국내 개식용 산업을 다룬 영화 '누렁이'를 제작한 케빈 브라이트(66) 감독의 말이다. 10일 말복을 앞두고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브라이트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지난 6월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된 영화 '누렁이'는 두 달 동안 5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개식용 산업에 대해 동물은 물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장까지 담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시각으로 영화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독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방문을 연기했다.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송된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제작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쉽게도 뒤로 밀렸다. 하지만 장거리에서 전한 그의 솔직한 답변은 개식용 산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 "한국과 미국은 한국전쟁 때부터 형제국…애정 깊어"

영화 누렁이의 제작기간은 무려 4년. 제작하는 동안 경동시장 앞 개고기 판매업소도 없어지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에 대해 감독은 "한국에서 개식용을 둘러싼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라고 반색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동물단체 뿐 아니라 육견협회 관계자들까지 실명으로 출연했다는 점에서 감독이 설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이 느껴졌다.

브라이트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 육견협회 측에 편견 없이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씀드렸고 지금까지 개식용 이슈를 다뤘던 모든 영화와도 다를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누구를 깎아내리거나 밉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고 모든 이들의 관점과 의견을 다 반영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의 설득 과정은 꽤 세련됐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이니까 먹지마'라며 상대방을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바뀌기를 기대했다.

그는 "모든 전통과 문화를 마음 깊이 존중한다. 하지만 어떤 문화적 전통은 시대에 발맞춰 변화될 필요성이 있다"며 "그렇더라도 현대 문화에서 개식용 문화가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국인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이트 감독은 영화 촬영 중 경기 남양주시 개농장에서 구출한 개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배우 다니엘 헤니에게 입양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에게 무척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광시성 위린에서는 매년 6월 21일 개고기 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매년 1000~2000만 마리가 식용으로 소비된다. 현재는 중국 남부 선전시와 주하이시에서만 금지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브라이트 감독은 "중국에서도 '누렁이'를 봤으면 한다"며 "중국인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이 영화에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도 한국과 미국이 형제국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이트 감독은 "1950년 한국전쟁 때부터 시작해 앞으로도 양국 문화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갈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제가 한국에 대한 호감을 담아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최근 영국의 라디오 디제이가 '한국에서 30년 전에 치킨인 줄 알고 개고기 튀김을 먹었다'고 해서 거짓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과 관련해서도 "저는 한국에 대한 어떤 공격적인 말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누렁이' 포스터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 뉴스1© 뉴스1

◇ "개농장주 전업 지원도 고민해야…결정 내려야 할 때"

개농장을 당장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전업을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에 지원 요청은 세금 문제가 있고 형평성 논란도 있다. 이에 일부 동물단체는 개농장에 돈을 주고 전업을 돕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형 동물단체에서 작은 개농장의 개들만 데려가줘도 개식용 산업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도태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브라이트 감독은 "영화에 나온 개농장주들은 가난하다. 사업은 어렵고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케어와 HSI 등은 이들이 전업할 수 있도록 금전적으로 지원해 살 길을 마련해줬다. 이 모든 상황이 바로 국회의원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개식용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한정애 현 환경부 장관은 '만약 특정한 시기를 지정해 상업적인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한다면, 개농장주들이 전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들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개농장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은 수천명의 빈곤한 개농장주들을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브라이트 감독은 개를 참 좋아한다. 대학생 때부터 계속 강아지를 키워왔고 수업 때마다 데리고 다녔다. 사실 '개를 먹지 말라'는 말은 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식용견을 입양해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감독은 한국에서 식용견으로 살던 개 2마리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그는 "제가 개농장에서 데려온 개들은 똑똑하고 충성심이 강하며 배변도 잘 가린다"며 "집안에서 생활하면서 침대에서 잠도 같이 잔다. 마당에 나가 뛰어 놀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동물병원도 다닌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개농장에서 입양한 개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르지 않다"며 "지금이 바로 한국 사회가 개식용 산업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화 '누렁이' 감독 케빈 브라이트와 개농장에서 구조한 반려견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 뉴스1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개들의 인도적 개체수 조절을 위한 '마당개, 떠돌이개 중성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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