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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1년치 미리 샀습니다"…사룟값 20% 급등 '유기견' 늘면 어쩌나
"사료 1년치 미리 샀습니다"…사룟값 20% 급등 '유기견' 늘면 어쩌나
  •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강수련 기자
  • 승인 2022.03.24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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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여파에 곡물가격 급등…주요 사료 브랜드 가격 줄인상
대형견·여러 동물 키우면 더 부담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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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강수련 기자 = "앞으로 계속 오른다고 해서 1년 치 미리 사뒀습니다"

최근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반려인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으면서 사룟값이 약 20% 오른 상황이다.

특히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양육을 포기하면서 유기견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주요 수입 사료 브랜드인 네슬레퓨리나의 알포 1세 이상 성견용(10kg) 제품의 최저가는 3만6540원으로 지난해 10월(2만9780원)에 비해 22.7% 올랐다.

이 기간 주요 수입 브랜드인 펫큐리안 나우 프레쉬 (5.44kg)와 내추럴발란스 야채 알러지 포뮬라(6.12kg)의 가격도 각각 14.9%, 16.7% 상승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사료시장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65.3%다.

국내 사료 브랜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로얄캐닌의 강아지 사료 미니 인도어 어덜트(8.7kg)의 가격은 6만820원에서 7만320원으로 15.6% 올랐다. 대한사료의 도그라인 아지피아(20kg)의 가격은 86.4% 급증했다.

급격한 가격 상승에 반려동물 가구들은 가계경제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대형견을 키우거나 여러 반려동물을 돌보는 경우 근심은 더 커진다.

서울 동작구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자영업자 임모(33)씨는 "사룟값이 한 달에 보통 7만~8만원 수준이었는데 슬금슬금 오르더니 최근에는 10만원을 넘겼다"며 "일단 더 오를 수 있다고 하길래 1년치를 미리 사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안모씨(53·여)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들까지 챙기다 보니 한 달에 사료만 40kg 정도가 필요하다"며 "비용이 12만원에서 최근 15만원까지 늘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기존에 먹이던 사료를 바꾸면 귀신같이 먹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부담되지만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급격한 사룟값 인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애그플레이션(곡물과 농산물 가격 급등)이 결정적이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옥수수, 소맥 등 주요 배합사료 원료의 수출국이다. 전 세계에서 이들 국가의 소맥과 옥수수의 생산 비중은 각각 14%, 5%에 불과하지만 수출 비중은 26%, 16%에 달한다.

원료 가격이 오르다 보니 사료 가격 인상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또한 수입산의 경우 원산지의 수급이 불안정한 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고유가 흐름까지 겹치며 운송비마저 크게 상승했다.

사료 가격 급등에 소매점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애견용품 가게에서 근무하는 A씨는 "사료의 경우 고객들이 무조건 필수적으로 찾는 제품이다 보니 원래 마진을 크게 남기지 않는다"면서 "도매가격이 오르니까 올릴 수밖에 없긴 하지만 고객들의 원성이 커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애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사룟값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료 가격에 대한 부담이 자칫 유기동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물권단체 카라의 신주온 팀장은 "동물 유기의 이유를 보면 사룟값, 병원비 등 경제적 이유가 굉장히 많다"면서 "사람 생활에 필요한 다른 것들의 가격도 같이 오르는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는 반려동물 가정이 높은 사료 가격을 수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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