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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路]靑 춘추관의 마스코트 고양이 '흑임자'를 아시나요?
[청와대路]靑 춘추관의 마스코트 고양이 '흑임자'를 아시나요?
  •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승인 2022.04.28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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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쯤 홀연히 등장…춘추관에 터를 잡고 사람들과 애정 쌓아
지난 2월 다쳐서 입원도…5월10일 청와대 개방으로 가정 입양 추진 중
청와대 춘추관에 터를 잡은 길고양이 '흑임자'. © 뉴스1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청와대 춘추관에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산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직접 키우는 동물들은 세간에 잘 알려졌지만 최근 춘추관에 터를 잡은 길고양이 '흑임자'(이하 임자)는 청와대 직원들과 출입기자단 사이의 남모르는 비밀이나 다름없다.

정부 임기 초에는 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키우던 반려견 '마루'와 반려묘 '찡찡이', 당선 이후 직접 입양한 유기견 출신 '토리',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가 유명했다. '퍼스트 도그', '퍼스트 캣'이라는 상징성도 있었고 문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기도 했다.

'임자'는 길고양이라 언제부터 청와대 경내에 들어와 살게 됐는지 그 경위가 불분명하다. 청와대 인근 민가에서 길러지다가 스스로 탈출했을 가능성도 있고 북악산 인근에 유기됐다가 어쩌다 보니 청와대까지 흘러들어왔을 수도 있다.

춘추관 직원들 말에 따르면 '임자'가 춘추관 인근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쯤이다. 하얀 바탕에 얼굴과 등, 꼬리가 진회색 털로 덮인 예쁜 길고양이는 출현하자마자 모두의 시선을 붙잡았다. 사람을 곧잘 따르고 쓰다듬어주면 애교도 부린다는 이른바 '개냥이'라는 소문도 금방 퍼졌다.


'임자'가 춘추관 한 구석에 마련된 집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뉴스1 박혜연 기자

예쁘장한 외모와 순하고 둥글둥글한 성격에 종종 암컷으로 오해를 받지만 사실 '임자'는 수컷이다. 청와대 경내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이미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는 표시로 왼쪽 귀 끝이 뭉툭하게 잘려져 있었다. 나이는 4살 안팎으로 추정된다.

'임자'는 작은 몸집을 이용해 유연하게 덤불 사이를 지나 청와대 경내 이곳저곳을 제 안방처럼 돌아다닌다. 녹지원과 헬기장 등 넓은 경내를 느긋이 가로질러 산책하고 있다는 목격담도 종종 나왔다. 하지만 '임자'는 언제나 춘추관으로 돌아왔다. 마치 어디로 가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아는 모습이었다.

춘추관의 인기 마스코트로 떠오르자 여기저기서 '임자'를 위한 선물 공세가 벌어졌다. 일부 직원들이 사비로 직접 고양이 사료를 공수해온 것을 시작으로 추운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집과 고양이 화장실, 스크래처, 담요, 움직이는 물고기 애착인형까지 온갖 고양이 물품들이 춘추관 한구석에 놓였다. 춘추관 직원들과 출입기자들이 저마다 앞다투어 기부·기증에 나선 결과다.

'임자'라는 이름은 김재준 춘추관장이 평소 부르던 애칭이 그대로 굳은 것이다. 김 관장은 당초 배우자에게 쓰는 호칭을 염두에 두고 불렀지만 춘추관 직원들이 털 색깔을 따서 '흑임자'라는 풀네임을 붙였다고 한다.

지난 2월 중순쯤 '임자'는 갈비뼈 근처에 약 500원짜리 크기의 상처를 입고 발견돼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갑자기 붙잡혀 낯선 병원에 갔다 온 기억이 적잖이 충격이었는지 '임자'가 잠시 집을 떠나 모습을 감춘 적도 있었다.


가슴에 붕대를 감고 그루밍을 하고 있는 '임자'의 모습. (춘추관 제공) © 뉴스1

다행히 '임자'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경계를 풀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지내면서 춘추관 사람들 모두 안심할 수 있었다. 여전히 '임자'는 반가운 얼굴을 보면 '냐~앙'하고 울며 다가온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전보다 더 바짝 경계하게 됐다.

'임자'가 다 낫는 데 빨라도 4주, 늦으면 6주 정도 걸릴 거라고 했던 병원에서는 3주 만에 깨끗이 나은 상처 부위를 보고 "이건 지극정성으로 돌본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그만큼 꾸준히 상처를 들여다보고 연고를 발라준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다는 뜻이다.

6개월 남짓 춘추관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임자'는 5월10일 청와대 개방을 앞두고 가정 입양이 추진 중이다. '임자'의 집인 춘추관이 청와대 개방과 동시에 텅텅 비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임자'가 홀로 남는 것보다는 가정에 입양돼 집고양이가 되는 것이 낫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늦은 오후 '임자'가 청와대 담장 옆 계단을 내려다보고 있다. © 뉴스1 박혜연 기자

춘추관 직원들과 기자들이 인맥을 모두 동원해 꽤 깐깐하게 입양처 후보들을 고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춘추관 사람들이 모두 떠나기까지 채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임자'가 입양되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임자'만을 위한 보금자리가 나타나기 바라는 마음 사이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걱정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자'는 요즘 풀밭에 누워 따뜻한 햇볕을 즐기는 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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