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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의 동행]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물었다…"안내견 만져도 될까요"
[최기자의 동행]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물었다…"안내견 만져도 될까요"
  • (홍천=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2.04.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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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안내견의 날, 소노펫 찾은 장애인 가족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버스 안에 얌전히 앉아 있는 안내견의 모습. © 뉴스1 최서윤 기자

(홍천=뉴스1) 최서윤 기자 = "강아지 만져도 될까요."

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물었다. 이들 앞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앉아있었다.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한 뒤 안내견을 쓰다듬는 모습은 영락없는 애견인이었다.

지난 27일 강원 홍천군 비발디파크에서 진행된 '세계 안내견의 날' 기념 시각장애인 안내견 가족 초청 행사장에서는 서로 배려하는 훈훈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안내견끼리 인사하는 모습. © 뉴스1 최서윤 기자

세계 안내견의 날은 1992년 세계안내견협회(IGDF)가 안내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지정한 날이다. 매년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다.

이번 행사는 안내견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이하 소노펫)가 대명복지재단과 함께 마련했다. 소노펫은 홍천 비발디파크와 소노캄 고양에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반려견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설계된 리조트에서 안내견과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10가정을 초청해 1박2일 특별한 여행을 지원한 것.

장애인들은 장거리 여행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안내견과 함께 이동하기란 더욱 어렵다. 장애인복지법상 표식을 단 안내견은 어디든지 출입이 가능하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아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참석자들은 비발디파크 도착 후 반려동물 동반 레스토랑인 띵킹독(Thinking Dog)에서 점심을 먹고 플레이그라운드(애견운동장)에서 안내견과 함께 여유를 만끽했다. 가족들이 쉬는 동안 펫마스터가 동행해 안내견과 더 잘 지내기 위한 정보를 제공했다.

소노수의재단 소속 이보연 수의사는 안내견들의 건강을 살폈다. 수의사는 애정 어린 눈빛과 다정한 말투로 안내견을 대하며 가족들과 건강상담을 했다. 안내견들은 평소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건강한 편이다. 식단 조절도 하고 산책도 잘해서 비만도 없고 근육량도 충분하다.

이날 건강상담은 안내견 뿐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들과도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수의사가 안내견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모습을 한 아이가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참석자들은 반려동물의 눈빛을 담는다는 어나더심펫 스튜디오에서 가족사진도 촬영했다. 전문 사진작가는 장난감을 들고 아기 사진 찍듯 분위기를 이끌었다. 가족들의 환한 웃음에 평생 소중하게 간직할 사진이 완성됐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사진 작가가 안내견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행사에 참석한 시각장애인들은 한목소리로 "안내견을 함부로 만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절대' 만지지 말라는 것은 아니었다. 안내견을 데리고 있는 사람이 이동 중에는 만지지 말고 멈춰 있거나 쉬고 있을 때 양해를 먼저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 사진작가인 김경식씨는 "피움(안내견 이름)이와 함께 지내니 보행의 자유도 생기고 심리적 안정도 얻었다. 집에 있으면 애교가 많아서 함께 어울려 놀기도 한다"며 "다만 밖에서는 이동 중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안내견을 만질 때는 먼저 물어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강지훈씨와 함께 온 가족들이 아이들에게 안내견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강씨는 "안내견이 예쁘지만 함부로 부르거나 만지면 집중력이 흐려진다"며 "어떤 사람들은 안내견이 고생한다고 생각하는데 반려견이 산책한다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혜경씨는 안내견 뿐 아니라 다른 강아지들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애견인이었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강의를 하고 있는 터라 다른 강아지들을 만질 때 견주에게 "강아지 만져봐도 될까요"라고 양해를 구했다. 손의 촉감을 이용해 강아지를 쓰다듬고 난 이후에는 "강아지가 참 예쁘네요"라며 웃어 보였다.

같은 안내견도 마찬가지였다. 한씨는 다른 안내견을 쓰다듬을 때도 먼저 양해를 구했다. 다른 사람들이 한씨의 안내견 티나를 예뻐해 줄 때는 반려견을 아끼는 보호자처럼 흐뭇해했다. 그의 배려 깊은 행동을 통해 사물을 눈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시각장애인이 다른 장애인에게 안내견을 만져도 되냐고 묻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참석자들은 승마 체험도 했다. 승마는 자세 교정과 근육량 증가 등에 도움이 된다. 체험하는 동안 안내견은 펫마스터가 돌봐줬다. 체험장의 말들은 계속 움직이지 않고 쉴 때는 쉰다고 한다.

승마 체험이 끝나고 안내견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 안에서 안내견들은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가족들이 동반한 아이들도 큰소리로 떠들지 않고 조용히 식사 예절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시각장애인의 승마 체험을 돕는 소노펫 직원. © 뉴스1 최서윤 기자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식당 안에 얌전히 앉아 있는 안내견들의 모습. © 뉴스1 최서윤 기자

참석자들은 모닥불 앞에서 이른바 '불멍'을 하고 작은 음악회도 즐겼다. 사람들은 맥주 한잔의 여유를 누렸고 안내견들은 비타민 음료인 멍이슬로 목을 축였다.

음악회장에는 안내견 외에 다른 반려견들도 있었다. 반려견 보호자에게 "오늘이 세계 안내견의 날이라고 해요. 안내견들 보니까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보호자는 "그래요? 그래서 안내견이 많았군요. 그런데 마음대로 뛰어 놀지도 못하고 좀 안 돼 보여요"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불멍과 음악회를 즐기는 안내견 가족들. © 뉴스1 최서윤 기자

많은 견주들이 이같이 모든 개들이 다 뛰어다니고 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차분한 성격이거나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은 개들은 견주 옆에서 나란히 산책을 한다. 슬개골(무릎뼈) 탈구나 디스크가 있으면 뛰어다니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안내견은 다른 리트리버 종의 개들보다 수명이 2~3년 더 길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기자는 이 보호자에게 말했다. "장애인과 안내견의 외출은 보통의 보호자와 반려견이 산책하는 것과 같아요. 집에 들어가면 장난감 갖고 놀아주기도 한대요"라고.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소노펫 직원이 시각장애인 가족들의 시설 이용을 돕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소노펫 직원이 시각장애인 가족들의 시설 이용을 돕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이번 행사를 통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였다. 안내견을 데리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개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을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안내견을 본 소형견이 '왈왈'하고 짖자 비장애인 견주는 이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시각장애인은 자신의 안내견이 아닌 다른 안내견을 쓰다듬을 때 허락을 구했다.

소노펫 관계자들은 처음 행사를 준비하면서 불편한 점이 생기지 않도록 계속 살폈다. 환송 선물로 소노인더스트리의 침구, 유한양행의 시각장애인용 영양제와 안내견 간식, 주토피아의 동물복지 펫밀크도 잊지 않았다. 참석자들 또한 이런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인사를 했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시각장애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내견을 쓰다듬고 있는 사람의 모습. © 뉴스1 최서윤 기자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28일 행사가 끝나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타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소노펫 직원들. © 뉴스1 최서윤 기자

소노펫은 원활한 이동을 위해 버스를 대절했다. 운전기사가 "안전하게 모시겠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다. 개들은 버스 안에서 얌전히 앉아 있거나 잠을 잤다. 개들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참 조용했다.

행사 내내 눈에 띈 것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생각했다. 장애인끼리도 배려하는 모습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가득한 시선은 지양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을 보니 마냥 동정심만 갖고 장애인과 안내견을 대하는 것도 이제는 바꿔야할 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명소노그룹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안내견 가족 초청행사를 개최했다.(소노펫 제공) © 뉴스1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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