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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개발 위해 강제로 피 뽑히는 투구게…"대체방법에도 관심을"
백신 개발 위해 강제로 피 뽑히는 투구게…"대체방법에도 관심을"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2.06.20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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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20일 '세계 투구게의 날'로 지정
HSI "대체방법이 정확도 높고 비용 저렴"
바다에서 서식하는 투구게(Jan van de Kam, HSI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인간의 질병 치료를 위해 백신 개발은 필수다. 전세계 제약사에서 백신을 개발할 때 거치는 것이 동물실험이다. 설치류부터 원숭이, 개, 토끼 등 다양한 동물들이 백신 개발을 위해 희생된다.

이들 동물 외에도 희생되는 절지동물이 있으니 바로 '투구게'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때 1년에 수십만 마리의 투구게가 희생됐다. 이에 '세계 투구게의 날'이 지정되며 투구게를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이날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지정한 '세계 투구게의 날'이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한 2020년에 지정됐다.

지난 수억 년 동안 거의 모습이 바뀌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 투구게가 어쩌다 보호가 필요한 종이 됐을까. 학계에서는 투구게의 혈액이 바이오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을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투구게의 혈액은 파란색을 띄고 있다. 이 혈액은 LAL이라는 단백질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소량의 독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이용해 의약품, 백신, 의료기기 등의 독성 여부를 가리게 된다.

투구게는 자연에서 포획돼 실험실로 옮겨진다. 살아있는 동안 심장 주변 조직에서 전체 30% 가량의 피를 뽑힌다. 강제 채혈을 당한 뒤에는 바다로 돌려보내진다.

문제는 이 중 10~30%는 스트레스를 받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약 1리터의 LAL 성분을 추출하는 데는 244마리의 수컷 또는 96마리의 암컷 투구게가 사용된다.

글로벌 바이오 업계는 지난 2020년 백신 개발을 위해 45만 마리의 투구게를 사용했다. 신약과 의료기기 등 개발이 활발한 바이오 분야에서 투구게 혈액을 이용한 독성 시험이 필수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투구게가 죽어가고 있다.

한국 또한 적지 않은 숫자의 투구게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약전(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사람에게 주사로 투여되는 모든 약품은 투구게의 혈액을 이용한 시험을 거치도록 돼 있어서다.

하지만 이미 시중에는 투구게의 피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2003년 개발된 rFC 시약이다. 이 시약은 동물성 물질을 배제하고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들었다.

투구게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개체에 따라 혈액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는 일정한 시험 결과를 내는데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반면 rFC는 동등한 시험 결과와 보다 높은 정확도로 독성을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 개발업체와 HSI 측의 설명이다.

미국의 의약품 제조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에 따르면 rFC가 투구게 LAL보다 비용이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rFC와 LAL에 대한 유효성을 비교했을 때 대체 물질 사용으로 인해 투구개의 이용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외에서는 투구게 보전과 더욱 정확한 연구를 위해 rFC를 이용한 대체 방법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유럽은 2021년 1월 약전에 공식으로 등재해 rFC 대체 방법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도 rFC를 대체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HSI 관계자는 전했다.

HSI 관계자는 "투구게 혈액 대체 방법은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가 rFC 방법을 법적인 방법으로 인정하고 동물대체시험법 확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HSI는 국내 동물대체시험법의 확산과 활용을 위한 법안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통과 촉진 캠페인을 하고 있다. 법안 통과를 위한 서명은 러쉬(lush) 홈페이지 또는 검색창에 #동물대체시험법제정안 검색 후 참여할 수 있다.

매년 6월 20일은 '세계 투구게의 날'이다.(HSI 제공) © 뉴스1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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