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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당할 뻔한 강아지의 '운수 좋은 날'[최기자의 동행]
안락사당할 뻔한 강아지의 '운수 좋은 날'[최기자의 동행]
  • (양주=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2.08.17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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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함께행복한 세상 관계자가 11일 경기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휴대전화로 보호 중 동물 목록을 보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양주=뉴스1) 최서윤 기자 = "너 오늘 정말 운이 좋구나!"

지난 11일 경기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이하 동구협) 사무실. 최미금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하 동행) 이사는 스피츠 종의 강아지 '곰이'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곰이는 동물보호법상 보호기간인 10일이 이미 지난 상황.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언제든지 생을 마감하게 될 운명이었다.

곰이에게 밥을 주던 동구협 직원은 이날 만난 동행 봉사자들에게 입양을 제안했다. 다행히 이들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곰이는 안락사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 뉴스1 최서윤 기자


◇ "유기동물부터 개농장 개들까지…보호소는 포화"

동구협은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 지자체의 위탁을 받아 유실유기동물 구조와 보호를 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매달 1000마리가 훨씬 넘는 개들이 들어온다. 복날을 앞두고 동물단체에서 급습해 구조했지만 갈 곳 없는 개농장의 개들도 이곳에 와 있었다.

이곳에 들어온 개들 중 일부는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찾거나 새 가족을 만난다. 그러나 워낙 많은 수의 개들이 머물다 보니 부득이하게 안락사도 시행한다.

안락사 대상은 △입양 등 기회를 갖지 못해 중간 도태가 불가피한 동물 △회복할 수 없는 부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동물 △전염병이나 노쇠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동물 △행동장애로 현격한 위험군에 속하는 동물 △보호소의 재정 또는 계류 환경변화 등으로 고통지수가 증가한 동물 등이다.

안락사는 누군가는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수의사와 직원들이 죄책감만 갖고 안락사를 시행하다가는 일이 고통스럽고 트라우마가 생기기 마련이다.

동구협은 안락사를 '동물 스스로 회피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로부터 해방시켜 주기 위한 최선의 인도적 동물사랑'이라고 정의한다. 사람과 동물을 모두 생각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동구협이 안락사를 시행한다며 비윤리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동물단체들도 있다. 하지만 동행, 팅커벨프로젝트와 같은 또 다른 단체들은 동구협의 개들을 입양센터로 데려와 새 가족을 찾아준다. 맹목적 비난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동구협도 이런 단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김철훈 동구협 대표는 "우리가 다하지 못하는 일을 해주는 좋은 분들"이라며 "모든 동물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같다. 다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동물들이 더 큰 고통을 겪는 것을 차단(안락사)해준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관계자들이 11일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가 데리고 온 동물을 이동장에 넣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생명 하나 더 살리려고 만든 발라당 입양센터"

동행은 주기적으로 동구협을 찾는다. 보호기간 10일이 지난 강아지, 고양이를 발라당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다. 서울시 민관협력 동물입양센터인 발라당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다.

지난해 동행은 서울시와 위탁 계약을 맺고 120마리의 생명을 구했다. 센터는 늘 청결하게 유지하고 각 개체마다 별도의 공간을 제공한다.

훈련사가 상주해 있어 기본 교육을 시킨 결과 112마리 동물들이 새 가족을 찾았다. 입양률 90%. 민관협력 사업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발라당에서 120마리 입양을 목표로 했다. 이날 동행 봉사자들은 동구협에서 4마리를 데려갈 계획이었다. 센터 내 동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포화 상태지만 1마리라도 더 살리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동구협 직원이 1마리만 더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한 적이 없는 겁 많고 착한 개였다. 세상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조용히 안락사 당해도 슬퍼해주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동구협 직원은 그런 개를 살리고 싶다고 했다.

7월 23일 서울 강서구의 모처에서 발견된 곰이는 그렇게 동행의 품에 안기게 됐다. 목줄과 하네스를 착용한 상태라 유기가 아닌 유실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내장형 동물등록을 하지 않아 주인을 확인하지 못했다.

곰이와 다른 4마리의 개들은 현장에서 바로 수의사가 내장칩(마이크로칩)을 삽입했다. 새 가족을 찾기 전까진 동행이 보호자가 된다. 봉사자들은 개들이 놀라서 배변실수를 하더라도 바로 치울 수 있도록 비닐봉투를 챙기고 이동 준비를 했다.

개들은 환경이 바뀌거나 낯선 사람을 보면 도망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봉사자들은 개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이동장(케이지)에 넣고 승용차 뒷좌석에 앉혔다. 홍역에 걸려 있는 1마리는 다른 승용차로 이동했다.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관계자가 11일 동구협에서 발라당입양센터로 데려갈 강아지들을 보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구조하면 끝? 끝까지 책임져야 진정한 구조"

동행 봉사자들이 개들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동물병원. 로얄동물메디컬센터와 동물메디컬센터W, 한강동물병원 3곳이었다. 이곳에서 각종 검사와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다.

5마리 중 홍역에 걸린 강아지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곧장 격리실로 향했다. 다른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수의사와 병원 직원들은 개들을 보고 연신 귀엽다며 예뻐했다. 안락사 위기에서 벗어난 개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이 눈에 생생히 들어왔다.

개들은 병원에서 2주 정도 머물다 발라당 입양센터로 가게 된다. 구조가 끝이 아니기 때문에 동행에서는 부지런히 입양 홍보를 해야 하는 상황. 입양을 꼭 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서 앞으로가 더 부담이라고.

최미금 동행 이사는 "우리가 입양을 잘 보낸다고 소문나면 센터에 와서 버릴까봐 걱정"이라며 농담 섞인 말을 한 뒤 웃어보였다.

이어 "반려동물을 정말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버리지도, 잃어버리지도 말고 잘 키워달라"며 "새 가족을 맞을 생각이라면 발라당 입양센터에 꼭 들러 달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발라당입양센터에서 장난감 놀이를 하고 있는 강아지. 강아지들마다 노는 시간이 다르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한편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는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서 보호 중인 동물을 검색해 찾아본다.

서울시에서는 반려견에 한해 내장형 동물등록을 1만원에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내장형 동물등록 지원사업에 참여한 동물병원은 서울시수의사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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