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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에도 규칙이 필요해"…시민들과 길고양이 급식소 정리 나선 서울시
"공존에도 규칙이 필요해"…시민들과 길고양이 급식소 정리 나선 서울시
  •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승인 2022.1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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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미관 저해" vs "급식소 늘려야" 견해 충돌
난립·노후화된 급식소 정리하고 28곳 보수 완료
서울 시내 한 공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모습.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서울시가 시내 8개 공원에 운영 중인 길고양이 급식소 환경 개선과 정리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민단체와 고양이를 돌보는 시민들과 협의, 난립하거나 정리가 잘 되지 않던 급식소를 정돈해 갯수를 52개에서 46개로 줄이는 등 공원 미관을 크게 개선했다.

동물보호와 청결 유지, 개체수 조절이라는 당초 운영 취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길고양이와 서울시민의 조화롭고 질서 있는 공존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5년부터 시민단체와 함께 길고양이 공원 급식소를 운영해 왔다. 참여 단체는 △동물자유연대 △나비야사랑해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동물권행동 카라 △케어 △팅커벨프로젝트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 등이다.

급식소 운영 전반과 길고양이를 돌보는 시민에 대한 교육, 중성화 수술 지원은 협약 단체가 맡는다. 먹이 주기와 급식소 관리는 흔히 '캣맘', '캣대디' 등으로 불리는 길고양이 돌봄 시민이 맡고 있다.

현재 급식소가 운영되는 곳은 △서울숲 △보라매공원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 △북서울 꿈의 숲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 하늘공원 △월드컵공원 난지천 공원 △경의선 숲길 8곳이다.

공원에 흩어져 있던 밥 자리를 정리해 공원 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중성화 수술을 통해 길고양이 개체수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길고양이 급식소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급식소 시설이 과도하게 확장돼 공원의 미관을 해친다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과 오히려 급식소를 늘려야 한다는 활동가들의 상반된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다.

길고양이 공원 급식소의 개선 전(위쪽)과 개선 후의 모습. (서울시 제공)


이에 시는 먼저 길고양이 공원 급식소의 이용 현황 파악에 나섰다. 동작감지카메라를 설치해 급식소별 길고양이 개체수를 확인하고 중성화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급식소를 처음 설치했을 당시와 현재 상황을 비교했을 때 급식소와 연계한 꾸준한 중성화에 의해 개체수 조절 효과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급식소를 이용하는 길고양이 개체수는 7년 사이 265마리에서 183마리로 31%(82마리)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성화율은 60%(160마리)에서 70%(127마리)로 10% 증가해 급식소 운영 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급식소가 공원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시민단체와 돌봄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급식소 운영 개선 회의를 진행해 8개 공원 52개 급식소를 46개로 정리했다.

일부 이용률이 저조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급식소는 위치를 이동하거나 철거하고, 이용률이 높은 비공식 급식소는 공식 급식소로 변경해 중성화율을 높이고 청결한 관리를 유도할 예정이다.

급식소 외부의 빈 밥그릇과 돌봄시설 등도 정리했다. 사료는 마리당 70g가량의 건사료로 정량 급여하는 등 운영 기준을 지키며 운영하도록 해 돌봄시민들도 이를 지켜 나가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양이 급식소가 원목으로 만들어져 많이 낡은 것들이 있었고, 그런 급식소는 미관상 좋지 않은 것은 물론 고양이에게도 좋지 않아 개선 작업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길고양이들이 급식소를 통해 보호를 받고 시민들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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