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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살려주세요”‘…동물 학대’ 민원 쏟아진 김해 동물원
“아이들 살려주세요”‘…동물 학대’ 민원 쏟아진 김해 동물원
  • (김해=뉴스1) 송보현 기자
  • 승인 2023.06.14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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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들 "열악한 환경에 관리 안된 동물들 대책 호소"
동물원 측 "코로나로 방문객 60%나 감소 관리 어려움…학대는 없어"
14일 찾아간 동물원에서 만난 호랑이 ‘백호’는 힘없이 누워있었다. 유리판에는 ‘먹이급여가 부족해서 마른게 아니라, 2차 성장기로 정상적인 체형’이라고 쓰여 있다. 2023.6.14/뉴스1 ⓒ News1 송보현 기자


(김해=뉴스1) 송보현 기자 = 김해시 유하동에 있는 민간 동물원이 최근 사육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 홈페이지 ‘김해시장에 바란다’에는 해당 동물원에 대한 민원글이 빗발치고 있다. 글을 올린 시민들은 낡고 좁은 시설에서 동물들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현장 분위기가 담긴 사진들도 올라왔다. 시 차원의 해결책이나 동물원 폐쇄를 요구하는 글도 있었다.

한 시민은 지난 13일 올린 글에서 “2015년에도 이미 관련 글이 올라왔는데 ‘담당 부서에서 확인 한 결과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앞으로도 수시 지도 점검을 하겠다’는 이 말 한마디로 책임을 다 하셨다고 생각하신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처참한 동물들의 상태를 알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고통 속에 살았을 그들의 삶에 죄책감이 들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시는 매달 동물 건강을 점검한 결과 이상 소견은 없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1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이후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관리하고 있다”며 “시가 동물병원을 직접 선정해 매달 건강검진을 진행한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달중에 동물원 대표가 운영 여부를 최종 결정해 알려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에 휩싸인 동물원은 경남에서 유일한 민간동물원으로 2013년 개장했다. 실내외에서 사자, 호랑이, 원숭이 등 30여 종 100여 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김해시와 인근 창원시를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2020~2022년 사이 코로나19로 입장객이 급감해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털을 깎지 않아 다 뭉쳐 있는 알파카. 2023.6.14/뉴스1 ⓒ News1 송보현 기자


14일 찾아간 현장은 한산했다. 외부 사육장에는 대부분 동물없이 텅 비어 있었다. 대머리독수리와 낙타가 있는 사육장에는 쇠 구조물이 녹슬어 있었다. 알파카와 양은 털을 제대로 깎지 않아 흉해 보였다.

미국 너구리(라쿤)와 오소리는 보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반복적으로 왼쪽, 오른쪽을 왔다 갔다 했다. 동물 전문가들은 이를 ‘정형 행동’이라 했다. 쉽게 말하면 스트레스로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운동 활동가 보르 베이브들로는 저서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에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동물원 동물들의 좌절감 표시”라고 했다. 이어 “움직일 공간이 너무 비좁거나, 자극할만한 흥밋거리가 충분치 않단 뜻”이라고도 덧붙였다.

내부 건물 안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수사자,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는 호랑이, 흑표범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이날 가족과 방문한 A씨는 “여섯살된 딸아이가 동물들이 아파보인다며 이유를 묻는데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며 “협소한 시설도 문제지만 불안해보이는 동물들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동물원 대표는 “코로나19로 방문객이 거의 60%나 감소하며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 10명이던 직원이 4명까지 줄었지만 동물을 굶긴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학대하는 악덕 업주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야생 사자 수명은 15년에 미치지 못한다"며 "삐쩍 말랐다고 하는 사자는 2006년생으로 사람으로 치면 100살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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