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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영양제 '봇물'…'효능·품질검증' 없는 그들만의 리그?
반려동물 영양제 '봇물'…'효능·품질검증' 없는 그들만의 리그?
  •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승인 2023.09.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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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고양이(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제약업체들이 반려동물 영양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영양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시장 특성상 결국 일부만 남고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제약업체, 기능성 내세운 영양제 시장 진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의 '2022 국내 펫 영양제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영양제 시장 규모는 224억원이다(정제, 분말 형태의 제제만 포함). 이 중 유산균 영양제 시장은 68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반려동물 업계에 따르면 노령 반려동물이 증가하고 질병 예방 문화가 확산되면서 영양제(영양보조제)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절, 눈 등에 특화된 기능성 제품부터 변 냄새가 감소되는 장 건강과 면역력 증강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지면서 유산균 제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제약업체들도 잇따라 반려동물 영양제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며 눈과 관절, 피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성분이 함유된 유산균 제품을 포함한 영양제를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대웅펫'을 자회사로 편입해 영양제 브랜드 '애니웰'을 출시한 데 이어 눈·관절 건강용 '임팩타민펫'도 시장에 내놓았다.

일동제약은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성분 등을 함유한 '비오비타' 영양제 시리즈를 강아지, 고양이용으로 확대 개발하고 있다.

경보제약은 피부질환 개선에 도움이 되는 필름형 영양제 '이바네착'을 출시했다.

쎌바이오텍은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을 함유해 소화개선, 체중유지 등에 도움이 되는 듀오펫 유산균 제품을 선보였다.

JW생활건강의 반려동물 브랜드 라보펫에서는 포스트바이오틱스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출시했다.

종근당바이오 라비벳은 장 건강과 구강 유산균 제품 등으로 유산균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유산균 영양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4%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2022년 온오프라인 소매판매 기준)

GC(녹십자홀딩스) 자회사 그린벳은 반려동물 브랜드 파이브빈스를 출시하고 장과 기관지 영양제 등을 선보였다.

CMG제약의 경우 동물영양제 전문기업인 '아이앤지메딕스'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최근 동물의약품 사업부를 신설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매출 노려 시장 진출했다가 철수 우려도

이같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영양제에 투자하는 제약업체들의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제약업체들이 기존 사람용 제품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용 제품을 만들거나 유통하는데 대해 관련시장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업계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시장 특성상 과거 대기업들이 사료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낮은 마진으로 인해 철수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견, 반려묘 영양제는 최근 소비자들의 니즈가 많고 다른 제품군에 비해 가장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며 "이 때문에 제약업체들도 쉽게 뛰어들고 있는데 정책이 바뀔 수도 있으니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영양제를 포함한 사람용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까다로운 기준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펫사료협회 등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쉽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영양제'라고 부르는 제품은 실제로는 사료관리법 적용을 받는 배합사료다.

지자체에 사료관리법상 필수 성분이 들어간 사료(또는 간식)를 제조한다고 신고하면 시장에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영양제라고 부르는 제품에 대한 효능, 유효성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료관리법상 사료에 성분을 표기하고 있지만 완제품에 대한 품질 평가 검증 의무는 없다.

실제 재료를 만들 때 들어가는 함량만 표기하도록 돼 있어서 유산균 중 상당수는 만들기 전에 넣고 멸균 소독 과정에서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는 '영양제가 아니라 유산균이 들어간 간식'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사료관리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사료관리법은 양축용 사료에 기준이 맞춰져 있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사료관리법을 따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하면서 가축용 사료와 구별한 분류, 영양, 함량 표시 등 기준을 정비한 펫푸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하루빨리 영양 관련 기준을 만들어서 성분 표시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영양제를 먹으면 질환이 낫는 효과가 있다는 허위, 과대광고도 못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체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는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일부 업체는 판매량이 저조한 탓에 TV광고를 보류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군의 마케팅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업체들이 꽤 있는데 마케팅은 결국 제품 가격만 끌어올릴 것"이라며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제약회사 명성만으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처음에는 TV광고를 보고 구매할지 몰라도 실제 먹여봤을 때 기호성이 떨어지고 효능도 없는데다가 가격까지 비싸다고 하면 어느 순간 구매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며 "제약업체가 단시간에 고매출을 내려는 목적보다 보호자들에게 꾸준히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는 노력과 동물 전문가가 만든다는 신뢰를 줘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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