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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이 산부인과 됐어요"…반려마루에 무슨 일? [최기자의 동행]
"동물병원이 산부인과 됐어요"…반려마루에 무슨 일? [최기자의 동행]
  •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정원 인턴기자
  • 승인 2023.09.22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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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회-블루엔젤봉사단, 반려마루 봉사 현장
[편집자주] 세상에 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반려동물과 박람회도 가고 여행도 가고 유실유기견을 돕는 일까지 다양합니다.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을 위해 어디든지 가는 동물문화전문기자가 그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남영희 경기도 반려동물진료팀장이 17일 반려마루에서 소형견 진료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정원 인턴기자 = "병원이 산부인과가 됐어요."

지난 17일 경기 여주에 있는 '반려마루' 내 동물병원. 남영희 경기도 반려동물진료팀장은 한 봉사자가 안고 온 작은 개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정식 개관을 앞둔 반려마루는 경기도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이다. 반려동물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나 기르지 않는 사람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반려동물 사회화 교육, 전문가 육성, 동물입양문화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600여마리의 개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왔다. 이달 초 김동연 경기지사와 코리안독스 등 동물보호단체가 화성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한 개들이다.

당시 번식장에 있던 개들 1410마리 중 반려마루가 583마리, 도우미견나눔센터가 104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대형 복합문화공간은 구조한 개들의 임시 보호소가 됐다.

경기 여주시에 위치한 반려마루 전경 ⓒ 뉴스1 최서윤 기자


◇ 임신상태로 구조된 개들…구강 건강도 안 좋아

구조한 개들의 상당수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긴급 치료와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봉사자들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17일 반려마루 현장은 경기도 동물복지과와 반려동물과 직원들부터 수의사, 배우, 가수, 훈련사, 미용사까지 재능을 기부하기 위해 모인 100여명의 봉사자들로 활기가 넘쳤다.

중앙애견미용학원 봉사자들은 개들의 미용을 도맡았다. 모델 이엘린, 이미선 등은 미용한 개들의 털을 말려줬다.

모델 이미선과 이엘린이 17일 반려마루에서 개들의 털을 말려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털이 엉키고 눈물자국이 나 있던 개들은 미용 후 뽀송뽀송한 피부를 자랑했다. 환골탈태한 개들을 본 봉사자들은 "미용하니 제 미모를 찾았네"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미용 전엔 알 수 없었던 감춰진 상처도 드러났다. 다리가 꺾여 있거나 피부 손상, 임신 의심까지….

건물 1층에서 미용을 하던 봉사자들은 건강 이상이 의심되는 개들을 안고 3층 동물병원을 찾았다.

개들을 안고 온 한 봉사자는 "개가 임신한 것 같다", "기력이 없어 보인다"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진료를 요청했다.

남영희 팀장은 청진기로 개들의 상태를 살핀 뒤 임신이 의심되는 개는 엑스레이 촬영도 진행했다.

남 팀장은 "이곳에 온 개들 중 7마리가 이미 새끼를 낳고 4마리가 출산을 준비하고 있어서 현재 보호 중인 개들이 600마리가 넘는다"며 "좀 전에 1마리는 제왕절개를 통해 새끼를 낳았다"고 말했다.

개들의 임신기간은 2개월이다. 번식장에서 임신 상태로 반려마루로 이송된 개들은 별도의 분만실에서 한번에 4~5마리의 새끼 강아지들을 낳았다.

남 팀장은 "강아지들이 유전병도 있고 뜬장 생활을 하다 보니 슬개골 탈구가 왔다"며 "이빨이 안 좋아서 사료를 못 먹으니까 하루빨리 스케일링도 해줘야 한다"고 개들의 건강 상태를 설명했다.

경기 반려마루에 입소한 모견이 17일 새끼 강아지에게 모유를 먹이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경기도동물보호복지플랫폼에서 입양신청 받아

경기도는 조만간 2차 백신 접종과 중성화 수술을 완료한 개들을 본격적으로 입양 보낼 계획이다.

김종훈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장은 "개들은 중성화 완료 후 입양을 보낼 예정"이라며 "임시보호도 가능하니 경기도 동물보호복지플랫폼을 통해 많은 신청 바란다"고 했다.

견사 청소를 맡은 봉사자들은 개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구석구석을 쓸고 닦았다. 개들은 치우고 난 자리에다 금방 또 대소변을 봤다. 하지만 이를 보고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은 없었다.

박소영 경기도 반려동물과 주무관은 청소도구를 씻으며 "(개들 구조 후)15일째 이러고 있다"면서도 힘든 내색 없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블루엔젤봉사단원들이 17일 경기 반려마루에서 견사 청소를 위해 개들을 잠시 옮기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처음 반려마루에 온 583마리 중 수컷은 70마리고 나머지는 암컷이다. 일부 개체는 중국에서 수입돼 번식에 사용됐다.

여러 차례 임신을 하고 새끼를 낳은 암컷 중에는 자궁에 이상이 생긴 경우도 있다. 교배를 위해 동원된 소수의 수컷도 생식기에 문제가 생겨 고통 받기도 했다.

더욱이 원치 않은 교배를 한 개들은 처음에는 사람의 손길을 경계하기도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행히 반려마루에 와 있는 동안 보살펴주는 사람들의 진심이 닿아 개들의 경계심도 많이 풀어졌다.

에이핑크 윤보미가 17일 경기 반려마루에서 개들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배우 한승연이 17일 경기 반려마루에서 개들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배우 현우가 17일 경기 반려마루에서 개들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인 윤보미, 카라 출신 배우 한승원과 강지영, 최강희, 김가은, 손소망, 현우 댄서 차현승 등은 내추럴발란스에서 지원한 간식을 개들에게 먹이고 함께 산책을 하며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열악한 환경에 있던 개들을 구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입양'이다. 이들은 개들의 입양 홍보에 적극 나섰다.

윤성창 블루엔젤봉사단장은 "번식장에서 구조한 강아지들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긴급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며 "개들이 아픈 기억을 잊고 하루빨리 평생 가족을 만나 반려견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해피펫]

댄서 차현승과 배우 손소망이 17일 경기 반려마루에서 개들을 위한 입양 홍보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블루엔젤봉사단은 17일 경기 반려마루에서 봉사활동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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