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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소개된 홍성 ‘의로운 백구', '외로운 개'로
CNN에 소개된 홍성 ‘의로운 백구', '외로운 개'로
  • (홍성=뉴스1) 이찬선 기자
  • 승인 2023.11.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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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조견 임명 등 요란하더니 2년간 ‘나몰라라'
논에 빠진 94세 치매 할머니 40시간 체온으로 지켜 구해
2021년 8월 견주인 치매 할머니의 생명을 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백구. 강아지집은 충남소방본부로부터 전국 1호 명예 119 구조견 임명과 함께 제공받았다. /뉴스1


(홍성=뉴스1) 이찬선 기자 = 94세 할머니를 구한 ‘한국의 의견’으로 2021년 9월 미국 CNN에 소개된 충남 홍성의 ‘백구’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

15일 백구의 체온으로 40여 시간 만에 목숨을 구한 할머니의 딸 심금순씨(67)에 따르면 모 방송국으로부터 매달 한 포대씩 후원하던 사료마저 1년 전 끊겼고, 사건 이후 2년 동안 관계 당국의 방문이나 안부 연락조차 전무하다.

반려견 백구는 같은 해 8월25일 새벽 5시께 홍성 서부면에서 거주하던 당시 94세의 치매 할머니가 천둥소리에 집을 나가자 함께 따라갔으며, 발을 헛디뎌 논에 빠진 할머니를 40여 시간 동안 품을 떠나지 않고 지킨 끝에 소방당국에 의해 구출됐다.

백구는 할머니 품을 떠나지 않고 할머니의 체온을 유지해 줬으며, 열화상 탐지용 드론에 백구의 생체신호가 포착돼 극적으로 구조됐다.

충남도는 백구를 의견으로 칭송하며 그해 전국 1호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했으며, 홍성군도 백구를 반려견으로 인정받는 동물등록을 완료했다.

뒤이어 미국 CNN방송은 ‘주인의 생명을 구한 견공이 한국 최초 명예구조견으로 선정됐다’는 제목을 달고 “용감한 백구는 개가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이유를 보여줬고,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ABC 방송과 NBC 방송, 워싱턴포스트도 백구의 감동적인 사연을 일제히 전하며 백구는 ‘글로벌 견공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의견’으로 칭송받던 백구는 한순간에 집 지키는 ‘외로운 개’로 전락했다.


백구 견주인 할머니의 딸 심금순씨와 백구. /뉴스1


‘의견의 고장’인 홍성군과 ‘1호 구조견’으로 임명한 충남도는 사건 이후 2년 동안 방문이나 연락 한번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반려문화 분위기를 외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씨는 “지난 9월 어머니를 뵈러 요양원에 갔더니, 어머니께서 ‘백구한테 잘해라. 백구가 날 살렸다’고 하셨다”면서 “어머니께서 백구를 의지하며 살았고, 위기에 빠진 자신을 백구가 구해줬다고 생각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한 동물보호 전문가는 “의로운 일을 한 백구에 대한 건강관리와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반려견에 대한 문화조성을 위해 관계당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남 소방본부 관계자는 “백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거 같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백구의 의로움을 기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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