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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진심인 서울시…'반려인 시험' 치르는 이유는
반려동물에 진심인 서울시…'반려인 시험' 치르는 이유는
  •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승인 2023.11.17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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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시험 68팀 중 64팀 합격…올해 2회째
5회 맞은 필기시험…당락 갈랐던 문제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지난 12일 열린 '2023 반려인 능력시험'에 응시한 반려인과 반려견이 실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반려동물 인구 100만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 안심 서울'을 선언한 서울시가 반려인의 자격을 평가하는 이색 실기·필기 시험을 열어 눈길을 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년 반려인 능력 실기시험'을 실시했다.

시는 ㈜동그람이와 함께 지난 2019년부터 '반려인능력시험'을 실시 중이다. 실기시험은 지난해에 도입돼 올해로 2회를 맞았다.

실기시험에는 반려견과 반려인 총 80팀이 지원했고, 참석한 68팀 가운데 4팀을 제외한 64팀이 '합격증'을 받았다. 전년 48팀 참가, 4명 불합격과 비교해 참가팀은 물론 합격팀도 늘었다. 실기시험의 합격 기준은 60점이다.

반려인을 대상으로 치러진 '반려인 능력 실기시험'은 총 6개 코스로 △줄 당기지 않고 걷기 △낯선 타인과 보호자 인사하기 △자극요소 있는 카페 지나가기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하기 △자전거가 지나가는 상황에서 반려견의 행동 통제하기 △좌우 방향 전환하기 등으로 구성됐다.

반려견과 반려인은 반려견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약 10분간 6개 코스에 대한 평가를 받은 뒤 '합격'과 '불합격'을 통보 받았다. 합격자에게는 ㈜동그람이가 준비한 소정의 합격 기념품이 제공됐다.

서울시는 이번 실기시험을 지난 10월15일 치러진 '제5회 반려인 능력 필기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반려견·반려인 80팀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필기시험에는 총 2425명(강아지 부문 1326명, 고양이 부문 1099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올해 필기시험 평균 점수를 보면, 강아지 부분은 72점으로 지난해 평균 55점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고양이 부분은 68점으로 전년도 평균 69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 필기시험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점' 만점자도 등장했다.

필기시험에서 당락을 갈랐던 문제는 무엇일까.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을 대상으로 치러진 필기시험에서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문제는 '개를 처음 만났을 때 올바르지 않은 것을 모두 고르시오'였다.

개가 불안하지 않도록 스스로 다가올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개와 친해지기 위해 손을 뻗으며 냄새를 맡게 해준다, 개와 소통하기 위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억지로 스킨십을 하지 않는다, 개와 친해지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여 인사 한다 등 5개 보기 가운데 정답을 고르는 문제로, 정답률은 14.7%에 불과했다.

정답은 △개와 친해지기 위해 손을 뻗으며 냄새를 맡게 해준다 △개와 소통하기 위해 눈으로 똑바로 바라본다 △개와 친해지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여 인사한다였으나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개와 친해지기 위해 손을 뻗으며 냄새를 맡게 해준다'를 복수 정답 중 하나로 골라 점수를 잃었다.

시 관계자는 "개가 싫어하는 사람의 행동 3가지는 손 뻗기, 눈 바라보기, 상체 무게 중심 낮추기"라고 설명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오답률 1위 문제는 뭐였을까.

문제는 '다묘 가정 고양이들의 싸움 중 수동적인 공격 방법에 해당하는 것을 모두 고르시오'였다.

보기는 △주요 통로를 막아 다른 고양이가 중요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고양이들만 이용하는 통로를 막아 이동 동선을 차단한다 △특정 대상 고양이를 계속 째려보아 자리를 피하게끔 한다 △상대 고양이에게 위협음의 하나로 하악질을 한다 △집안 곳곳에 배뇨 실수를 한다였다.

정답은 △주요 통로를 막아 다른 고양이가 중요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고양이들만 이용하는 통로를 막아 이동 동선을 차단한다 △특정 대상 고양이를 계속 째려보아자리를 피하게끔 한다였으나 상당수 응시생들이 복수 정답 고르기에 실패, 정답률은 14.4%에 불과했다.

시 관계자는 "수동공격이란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을 뜻하는데, 가로막기, 동선 차단하기, 째려보기는 다묘 가정에서 가장 흔한 수동적이고 은밀한 공격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지난 12일 열린 '2023 반려인 능력시험'에 응시한 반려견이 실기시험을 마친 뒤 대기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시가 반려인을 상대로 이색적인 시험을 치르는 이유는 서울의 반려동물 수가 100만 마리를 넘어서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이 5가구 중 1가구를 차지하는 등 반려동물과의 공존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는 이를 위해 반려동물 복지와 공존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독일의 '반려지식증명 시험'을 벤치마킹, 이를 도입했다.

시험의 목적은 반려인이 반려동물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반려인으로서 정확한 정보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려인이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알고 있어 반려동물을 통제할 수 있고, 반려견과 함께 하면서 인간과 다른 동물에게 위험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반려동물 안심 서울'을 선언하며 "반려동물은 때로 사람 이상으로 가족이나 벗이 되어주는 소중한 존재"라며 "모든 약한 존재에 대한 존중과 보호도 우리가 지켜가야할 가치로, 사람과 동물이 안심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반려동물 안심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이 깊어지는 요즘 시기에는 성숙한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양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반려인능력시험이 반려인에게 소중한 계기가 되는 체험교육 행사로 자리 잡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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