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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제 없이 유기견 89마리 안락사 시킨 수의사 항소심 형량↑…왜?
마취제 없이 유기견 89마리 안락사 시킨 수의사 항소심 형량↑…왜?
  •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승인 2023.12.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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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 사용 '잔인한 방법' 두고 '동물보호법' 유무죄 뒤바뀌어
마취제 없이 안락사, 허위보고해 보조금 가로채기도
ⓒ News1 DB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마취제 없이 유기견 89마리를 안락사 시킨 전직 수의사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특정 약물 사용이 '잔인한 방법에 의한 안락사'인지를 두고는 1심과 2심에서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는 지방재정법 위반, 약사법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전직 수의사 A씨(52)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전남 순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20년 1월말부터 같은해 12월말까지 89회에 걸쳐 순천시 공무원이 포획한 유기견에 전신마취를 실시하지 않고 안락사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마취 없이 유기견을 안락사 시키고도 약품을 사용한 것처럼 속여 유기동물 진료비 지원금 명목으로 1919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에 마취를 실시한 후 심장정지, 호흡마비를 시키는 방식으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인도적 처리를 시행할 의무를 두고 있다.

법정에선 A씨의 행위가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 '잔인한 방법'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안락사에 사용한 T-61 약품이 안락사를 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약품이라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약제에 포함된 성분은 의식소실과 동시에 마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기견에게 극심한 정도의 고통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약물을 대상 동물에 투여하면 의식소실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호흡정지에 의해 사망하게 된다"며 "세계동물보호협회 안락사 방법 권장사항 가이드에는 이 약물을 사용하면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기에 진정제 투입상태에서 주사토록 권고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병원에서 근무했던 근무자는 '약물을 주사하면 쓰러지는데 5분 정도 소요되며 유기견을 안락사시키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만두게 됐다'고 진술했다"며 "피고인은 보호자 없는 유기견을 반려견과 차별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외면하는 등 생명을 경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마취제 없이 유기견 89마리를 안락사시켜 죄질이 좋지 않다. 그 과정에서 보조금을 부정수급하고 거짓 보고하는 범행도 저질러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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