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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약 글로벌화 추진 기업들이여, '기회의 땅' 우즈벡을 주목하라”
“동물약 글로벌화 추진 기업들이여, '기회의 땅' 우즈벡을 주목하라”
  • (타슈켄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승인 2023.12.1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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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감염병, 원헬스 차원 동물약 수출 중요
중앙아시아 진출 거점 국가…"민관이 협력 교육·투자 지속해야"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협회 회장(오른쪽)이 1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국제농업전시회에서 동물용 내장칩을 보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타슈켄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살롬, 까레야(안녕, 한국)"

지난 1일 국제농업전시회 '아그로엑스포 우즈베키스탄(AgroExpo UZBEKISTAN)'이 열린 타슈켄트 전시장. 이곳 관계자는 방문객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넨 뒤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한국어를 알아듣지는 못해도 한국인을 대하는 것이 꽤 익숙해 보였다.

전시장 관계자와 인사를 나눈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회장은 유창한 영어로 "중앙아시아의 거점인 우즈베키스탄의 축산과 동물용의약품 시장 현황을 파악하러 왔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관련 시장 현황 파악을 하려는 이유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산 백신을 포함한 동물약품을 중앙아시아에 수출해 동물건강 증진과 산업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국제농업전시회 '아그라엑스포'가 11월 29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전시장에서 열렸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우즈벡 축산시장 급성장…국내 동물약품 진출 '기회의 땅'

올해 17회째인 아그라엑스포(주최 Uz Expo Centre, IFWexpo)는 동물 사료, 사료 첨가제, 비료, 소독제, 농기계 등을 선보이는 국제농업전시회다. 우즈베키스탄 농식품 가공 분야 전시회로 올해 독일, 이탈리아, 이란 등 20개국에서 170여개사가 부스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회 방문은 독일 상공회의소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농림축산식품부 사단법인인 동물약품협회는 동물약품과 의약외품, 의료기기 신고를 받는 곳이다. 주요 동물약품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고 생산 제품의 절반가량은 수출을 하고 있어서 이번 전시회 주최사인 독일 기업의 환영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에 코미팜, 고려비앤피 등 국내 기업들이 들어와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사였다.

협회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약 32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농업 분야는 주력 산업 가운데 하나다. 축산업은 농업 생산량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지난 5년 동안 소, 양, 닭 등 가축은 21% 증가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 시장이 커질수록 늘어나는 것은 의약품이다. 주최측 관계자인 스테판 크레스(Stefan Kresse) 매니징 디렉터는 "동물약품이 중요해지고 있어서 아그로엑스포도 향후 별도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코트라(KOTRA)와 동물약품협회가 시장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정병곤 회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동물등록부터 질병이력관리까지 가능한 내장칩과 사료 등을 살펴보며 "향후 동물약품 시장 성장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화답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축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타조노브 노디르존(Otajonov Nodirjon) 농업부 차관은 지난달 29일 아그라엑스포 개회식에서 농업과 축산 발전을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국제농업전시회 '아그라엑스포'가 11월 29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전시장에서 열렸다. 행사 관계자가 오타조노브 노르디존 농업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병곤 회장. ⓒ 뉴스1 최서윤 기자


수의축산위원회 아브라 A. 아크바로프(Abrar A. Akbarov) 차관도 정병곤 회장과 간담회를 통해 축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과도 협력하면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길 원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에서 소는 1400만두(한국 350만두), 가금류 9000만두 등을 사육하고 있다.

문제는 사육 두수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소와 양을 방목 사육하는 우즈베키스탄은 여러 나라와 맞닿아 있다. 이 때문에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염병이 관리돼야 불필요한 살처분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백신 등 동물약품이 부족하다보니 사육 숫자에 비해 실제 시장에서 소비되는 두수는 적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백신의 목적은 예방이다. 탄저병 같은 경우 소에서 인간으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필수다. 일부에서 백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지만 생체 일부로 흡수돼 면역성만 남기기 때문에 체내 잔류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브라 차관은 "이전 한국 방문 때 백신과 사료 생산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 기업과 손잡고 공장 설립 또는 공유해 백신 생산을 위한 협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대학 교육을 통해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 발견 방법 등 지식 교류도 하면서 발전 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동물약품협회는 11월 29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수의축산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왼쪽 두 번째 오성종 코피아 소장, 세 번째 아브라 A. 아크바로프 차관, 네 번째 정병곤 회장. ⓒ 뉴스1 최서윤 기자


◇"중앙아시아 진출 교두보 삼아야…정부 지원도 필요"

한국동물약품협회가 우즈베키스탄을 찾은 이유는 전시회 방문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현재 협회에서 동물약품 수출국 1위는 베트남이다. 하지만 계속 동남아시아 시장에만 의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중앙아시아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병곤 회장은 우즈베키스탄을 성장 가능성과 미래가 있는 '기회의 땅'으로 봤다.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 국가라는 점에서 축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의 지속성, 교육이 뒷받침된다면 '시장 확장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연해주에 살던 한국인들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으로 강제 이주당한 아픈 역사가 있다. 이곳에 정착한 한국인들을 '고려인', 러시아어로 '까레이츠'라고 부른다. 고려인들은 부지런하고 끈기 있는 성격으로 그 나라에 잘 정착해 현지인들과도 곧잘 융화되는 편이라는 평가가 있다.

1991년 구 소련(러시아)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은 1992년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왔다. 최근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뉴진스와 같은 국내 그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은 편이라고 한 고려인이 귀띔했다.

대학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고려인 3세 우미다 씨는 "케이팝(K-pop)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가진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늘었다"며 "양국이 여러모로 협력하면서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소, 양 등을 넓은 땅에 풀어놓고 사육한다. 다만 방목 사육은 기생충 감염 우려가 있어서 구충제를 투약해야 한다. ⓒ 뉴스1


글로벌 시대에 수출이 살 길인 만큼 외교적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오성종 농촌진흥청 코피아(KOPIA) 우즈베키스탄센터 소장은 "소, 닭과 같은 산업동물 뿐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 의약품도 점차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오 소장은 "우리는 이미 다 성장한 시장에만 들어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나라의 발전을 위해 교육에 집중 지원하고 투자를 하면서 차근차근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병곤 회장은 코로나 이후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연결돼 있다는 원헬스(One health)가 더욱 중요해지고 인수공통감염병 예방을 위해 동물약품 수출의 길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가 소 전염병인 럼피스킨이 발병했을 때 백신을 굉장히 빨리 공급하면서 위기를 잘 극복했다"며 "우즈베키스탄에 우리의 경험을 공유해 전염병 발생시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를 풀밭에 방목하면 기생충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구충제 수요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축산업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참여해야 할지 고민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해피펫]

타슈켄트 시장에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소녀 ⓒ 뉴스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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