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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사랑'은 떡잎부터…올바른 반려문화 만드는 어린이들
'생명 사랑'은 떡잎부터…올바른 반려문화 만드는 어린이들
  •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승인 2023.12.14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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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1개교 250명 초등생, '펫티켓' 주제 교육·활동
서울시 "'동물보호 교육' 인원 늘리고 프로그램 강화"
13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우리동네 반려동물 지킴이 성과보고회 및 반려동물 문화만들기 홍보영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혹시 반려동물을 키우고 계신가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우리동네 반려동물 지킴이 성과보고회'는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사회자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당 이곳저곳에서 앞다투어 손이 올라왔다.

손을 든 절반 정도의 인원 중 3분의 2가량은 반려견과, 3분의 1가량은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었다. 개구리나 도마뱀, 거북이, 토끼, 햄스터 등을 기른다는 대답도 곳곳에서 발랄하게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우지 않더라도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들이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우리동네 반려동물 지킴이'로 활동한 성과를 함께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서울시는 어린이들의 동물보호 문화 함양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우리동네 반려동물 지킴이'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5~6학년생 총 11학급 250명이 총 2회의 동물보호 교육을 수료한 뒤 반려문화 개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동물보호 교육을 많이 진행했지만 고학년 대상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어린이들이 단순히 교육을 받는 데서 끝나지 않고 활동할 계기를 만들어 연계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헌 옷으로 강아지 옷 만들기, 전교생 대상 설문조사, 반려동물 터그놀이 장난감 만들기, 보고서 작성, 회의 등의 활동을 진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간혹 자신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갈 때면 쑥스러워하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 고산초등학교, 구일초등학교, 인수초등학교 등 3개 학교의 어린이들은 '공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구일초등학교 5학년 강아린양은 "'크다고 해서 다 맹견은 아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소개하며 "피켓을 만들어서 복도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친구들이 (캠페인 내용을) 잘 알아 줘서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올해로 2살이 된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는 구일초등학교 5학년 김서현양은 "유기동물이 최대한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데려올 때만 좋다고 키우지 말고 데려온 뒤 가족으로 대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홍보영상 공모전 입상작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대상은 펫티켓의 뜻을 설명하고 실제 보호자와 반려견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사례로 들어 이해를 돕는 내용을 영상에 담은 김도연·박하솔·이소율양이 받았다.

친구들의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며 느낀 점을 영상으로 만들게 됐다는 불광초등학교 5학년 김도연양은 "비반려인이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펫티켓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보호자와 함께 있는 반려견을 함부로 만지지 말자는 내용을 담은 영상으로 금상을 받은 삼광초등학교 5학년 박지아양은 "지인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게 됐다"며 "가장 기본적인 것(예절)인데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설채현 수의사가 13일 서울 중구구민회관에서 열린 우리동네 반려동물 지킴이 성과보고회 및 반려동물 문화만들기 홍보영상 시상식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23.12.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여기에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통해 이름을 알린 설채현 놀로 행동클리닉 원장이 '애완견이 아닌 반려견,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질문을 받기도 했다.

설 원장은 애완견과 반려견, 견주와 보호자 등 별 생각 없이 쓰던 용어를 바꾸는 데서도 인식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 개의 감정과 언어에 대해 알아야 반려견과 보호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설 원장은 "어린이들은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세대라고 생각한다"며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봐 오고, 함께 산책도 한 어린이들이 올바른 지식까지 알게 된다면 우리나라 반려문화의 발전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의가 어려워서 어린이들이 잘 듣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열심히 잘 들어 주었다"며 "우리나라의 동물과 관련된 문화의 미래가 상당히 밝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물보호 관련 예산을 늘려 왔고 내년도에도 일정 부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인원을 더욱 늘리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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