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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정말 슬퍼서 죽은 새끼를 땅에 묻는 걸까'
'개는 정말 슬퍼서 죽은 새끼를 땅에 묻는 걸까'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5.1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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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의 사체를 땅에 직접 묻는 치와와.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 치와와 한 마리가 뭔가를 입에 물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울타리를 넘어 화단에 들어간다. 화단에 들어간 치와와는 앞발로 땅을 판다. 그러더니 입에 문 걸 구덩이에 넣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주둥이로 흙을 덮는다. 치와와가 땅에 묻은 건 자기가 낳은 새끼의 사체였다.

# 개 한 마리가 구덩이에 누운 작은 개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는다. 한 바퀴를 빙 돌며 냄새를 맡은 개는 누운 개가 죽었단 확신이 들었는지 주둥이로 사체에 흙을 뿌린다. 약 2분간 이 같은 행동이 계속된다. 사체가 흙으로 완전히 덮이자 개는 그곳을 떠난다. 땅에 묻은 건 역시 새끼 사체였다.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두 영상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실제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에는 감동적인 내용의 영상으로 소개돼 있다. 영상을 본 네티즌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면 새끼를 땅에 묻을까"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을 텐데" 등의 반응을 보인다. 영상 속 개는 왜 죽은 개의 사체를 땅에 묻은 걸까. 정말 가슴에 묻듯 새끼를 땅에 묻으며 슬픔 감정을 표출한 걸까.

동물행동심리전문가인 한준우 시티컬리지(Citycollege) 애완동물학부 교수는 영상 속 개의 행동을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개가 '관찰 학습'을 했을 경우다. 개는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고 곧잘 따라한다. 사람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뒤 그 행동을 익혀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다. 과거에 반려견 보호자가 죽은 개를 묻는 걸 본 적이 있다면 영상에서처럼 행동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숨기는 행위'를 했을 경우다. 개는 자기가 아끼는 무언가를 누군가가 갖고 가지 못하게 하려고 자기만 아는 장소에 숨기는 습성이 있다. 죽은 새끼를 사람이 어디론가 치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 땅을 파고 흙을 덮어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개는 사람과 약 5000년을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사람과 유사한 행동을 많이 보인다. 지적 수준도 사람의 3, 4세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논리적인 사고까지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상 속 두 개가 사체를 보고 사람처럼 '죽었으니 땅에 묻어줘야지'라고 생각한 건 아닐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가 충분히 똑똑한 건 과학적 사실이지만 논리적인 생각까진 할 순 없다는 얘기다.

함께 지내던 개가 죽자 3일간 울부짖다 구조된 유기견.(사진 케어 제공 영상 캡처) © News1

개가 사람처럼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는 없다지만 감정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고민에 빠져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주인의 곁에 다가와 주인처럼 우울한 표정으로 나란히 창밖을 내다본 사모예드나 함께 거리를 누비며 우정을 쌓은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자 그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3일간 울부짖은 개의 사연이 이를 증명한다.

한 교수는 "3일간 울부짖은 개는 죽은 동료와 애착이 형성됐을 것"이라면서 "친구가 전과같이 행동하지 않고 죽어 누워 있으니 불안함을 느끼고 그것이 스트레스로 이어져 밥을 거부하고 우울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개는 논리적인 사고는 불가능하지만 사람처럼 감정이 있는 동물"이라면서 "개가 특이한 행동을 보이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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