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라이프팀 = 사람들은 반려견을 쉽게 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반려견들에게 '유기'란 목숨이 걸린 문제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에 보내진 유기견들의 대부분이 안락사나 폐사로 죽음을 맞이하니까요. 무려 50% 이상이 그렇습니다.
50%가 어느 정도인지 잘 와 닿지 않는다고요? 대략 5만 마리입니다. 1년에 5만 마리 정도가 주인에게 버려져 보호소에서 죽는다는 얘깁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반려견을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지요.
하지만 그 안타까운 생명들을 살리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 바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하얀 스피츠와 구조자의 이야깁니다.
하얀 스피츠는 10월 중순경 서울 강남 삼성의료원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스피츠를 발견한 병원 관계자는 '혹시 주인이 실수로 잃어버린 유실견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스피츠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이름표도, 내장칩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해당 구청에 신고를 했고, 스피츠는 곧바로 경기 양주시에 있는 동물구조관리협회(동구협)로 보내졌습니다.
보통 이렇게 예쁘장하게 생긴 스피츠는 입양신청이 금방 들어오곤 합니다. 하지만 이 스피츠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양쪽 슬개골탈구를 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슬개골탈구는 생명에 지장을 주는 병은 아니지만 치료하는 데 100만원 이상의 수술비가 듭니다.
대부분 이런 경우 강아지는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안락사가 됩니다. 버려진 강아지의 운명이 다 그렇듯 말입니다.
하지만 스피츠에게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연히 동구협에 있는 스피츠를 본 한 분이 강아지를 살려야겠다고 맘을 먹은 겁니다. 자기가 키우던 개도, 어떤 특별한 인연도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mini'라는 아이디를 쓰시던 그 분은 텍스타일 디자이너였습니다. 강아지를 좋아했지만 털 알레르기 때문에 직접 키우지는 못하는 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어떻게든 이 스피츠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다 팅커벨프로젝트를 알게 돼 연락을 해오셨습니다.
스피츠의 사연을 듣게 된 팅커벨프로젝트 회원들은 그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했습니다. 하지만 팅커벨프로젝트에도 아직 입양을 가지 못한 강아지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안타까운 맘이 들어도 유기견들을 다 살리진 못합니다. 이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구조요청자가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과 책임분담을 할 것이냐'입니다.
처음 보는 유기견에게 선뜻 치료비를 내고 입양 갈 때까지 후원을 하겠다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지만 'mini'님은 달랐습니다. 단지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기견의 사진을 본 것뿐인데, 그냥 눈 감고 외면하면 그만인 것인데, 그 분은 그 아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치료비를 내고, 입양 갈 때까지 후원을 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렇게 스피츠는 팅커벨프로젝트의 공식적인 '구조 프로세스'에 따라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팅커벨프로젝트 회원들은 기품 있게 생긴 스피츠에게 영국 왕세손의 이름을 따 '윌리엄'이란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윌리엄은 자신을 동구협에서 데리고 나온 저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는지 유독 잘 따릅니다. 절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정작 팅커벨프로젝트에 윌리엄을 구해달라고 한 또 다른 생명의 은인도 있는데 말이지요. 안타깝게도 그 분은 개털 알레르기 때문에 윌리엄 근처에도 못 가보셨습니다.
저는 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 구조 요청자는 지금까지 제게 100번도 넘게 고맙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고마워 하셔도 되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길거리에, 보호소에는 수많은 유기견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큰 동물보호단체라고 하더라도 모든 유기견들의 생명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내가 간절하게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중에 한 아이 정도는 스스로의 힘으로 구조할 수 있습니다. 한 생명을 구하는 데 대한 무게감과 책임감을 함께 분담할 의지가 있다면 말이지요.
윌리엄은 지금 자신을 다시는 버리지 않고 평생 품어줄 좋은 입양자를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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