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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나요" 실험용 쥐를 입양한 여학생의 고민
"어떡하나요" 실험용 쥐를 입양한 여학생의 고민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7.01.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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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실험용 쥐를 사육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애완동물학과 여학생과 실험용 쥐 올라(1·암컷)에 관한 이야기다.

애완동물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진심을 다해 동물을 정성껏 돌봐야 한다. 인간을 위해 희생당하는 실험용 동물을 대할 땐 애틋함과 고마움을 갖고 더욱 더 관리에 힘써야 한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 그런 생각을 마음에 깊게 새기고 실험용 쥐를 돌봤다고 한다. 마음이 여린 학생이었다.

그런데 이 학생의 진심과 감성이 실험용 쥐 한 마리에게 전달됐던 모양이다. 실험실에서 실험용으로 나고 자란 '올라'였다.

올라는 학생이 출근하는 시간이 되면 문앞에 나와 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학생은 그 모습이 마치 ‘빨리 나에게 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올라가 학생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수록 학생의 마음은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고민을 하던 학생은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해왔다.

“실험용 쥐가 저를 너무 좋아해요. 그냥 두면 분명히 실험용으로 이용되다 죽을 게 뻔한데, 마냥 보고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관리자분께 말씀드리고 입양 절차를 진행해도 될까요?”

눈물을 보이며 힘들게 말을 꺼낸 학생에게 필자는 현실적인 대답을 내놨다. 실험용 쥐의 평균 수명을 알고 있냐고 말이다. 실험용 쥐는 집에서 살아도 평균 2년, 길어야 5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필자가 학생에게 쥐의 수명을 가장 먼저 말한 이유는 쥐를 일찍 떠나보내고 슬퍼할 학생을 염려해서였다. 펫로스증후군에 시달리며 마음 아파 할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지 “그래도 5년 정도는 살게 할 수 있다”며 쥐를 입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학생은 결국 올라를 입양해갔다.

철장에 갇힌 올라. © News1

올라를 집에 데리고 간 학생은 처음엔 올라를 집안에 풀어놓고 애지중지 키웠다. 하지만 금방 문제가 발생했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쥐의 특성상 올라는 옷장 밑에 집을 만들어 살았다. 그곳에서 대소변을 봤고, 학생이 먹을 것을 주면 그것만 받고는 다시 옷장 밑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올라의 대소변과 음식은 옷장 밑에 쌓여만 갔다.

집에서 쥐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매일 대소변을 치우지 않았을 때 얼마나 심한 악취가 나는지 경험해봤을 것이다. 학생도 올라의 대소변 냄새에 고통스러워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옷장을 드러내 청소를 하는 일까지 벌이게 됐다. 그러다 결국 올라는 철장에 가둬졌다.

철장에 가둬진 올라는 실험실에서의 생활과 다를 바 없이 살게 됐다. 학생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던 터라 올라는 거의 하루 종일 철장 안에서 생활해야 했다. 실험용으로 이용되지만 않았을 뿐, 나아진 게 전혀 없던 것이다. 결국 올라는 철장 안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탓에 정형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형행동은 스트레스로 인해 같은 행동을 반복 하는 것을 말한다. 이 행동은 동물원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야생에서 뛰놀아야 할 동물이 좁은 우리에 갇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의미 없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올라의 예기치 않은 행동에 학생은 또 다시 울먹이며 상담을 요청해 왔다.

“어떻게 하면 올라의 정형행동을 없앨 수 있을까요? 철장 안에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질 좋은 생활을 할 수 있게 할 순 없을까요?”

'철장에 갇혀 정형행동을 보이던 올라에게 행복한 삶을' 2편은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동물행동심리학자 한준우 씨티칼리지 애완동물학부 교수.(네발 달린 친구들 클리커 트레이닝 대표, 딩고(DINGO) 코리아 대표, 힐링팜 애니멀 에듀테인먼트 대표)

한준우 동물행동심리 전문가.©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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