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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스쿨] 인간 세상이 두려운 '봉순이'②
[펫스쿨] 인간 세상이 두려운 '봉순이'②
  • (서울=뉴스1) 한준우 동물행동심리 전문가
  • 승인 2017.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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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는 자신의 보디랭귀지가 통하자 점점 가까운 거리로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News1

(서울=뉴스1) 한준우 동물행동심리 전문가 = 반려견들이 일반적으로 무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 하나는 사냥을 할 때 무는 행동을 한다. 다른 하나는 두려운 상대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무는 행동을 한다.

그렇다면 봉순이의 무는 행동은 사람을 사냥하기 위한 행동일까? 절대 아니다. 봉순이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사람에게 무는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럼 왜 봉순이는 무엇으로부터 방어를 하려고 한 것일까? 첫번째는 사람이란 존재이고, 두번째는 사람의 손이 두려움으로 작용했던 탓이다.

사람이 밥을 주고 간식을 줄 때 손으로 제공했을 것이 분명한데 왜 사람과 손을 두려워했는지 알아야 한다.

봉순이는 사람에 의해 그리고 손에 의해 붙잡혔고, 강압적인 상황에 몰렸기 때문에 불신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반려견들은 사람이나 사람의 손에 대해 두 가지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손이란 물체에는 항상 두 가지 감정을 가진다. 손으로 먹을 것을 주고 스킨십을 해 좋은 감정도 만들어지지만, 붙잡고 싫어하는 발톱을 깍기도하며 주사를 놓기도 해 손에 대한 나쁜 감정도 만들어진다.



손바닥엔 더욱 나쁜 감정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손 등엔 절대 나쁜 감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손등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반려견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낯선 반려견을 만날 때는 손등을 내밀어 반려견의 의도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다. 손등을 내밀었을 때 다가오는 반려견은 우호적이 감정상태인 것이고,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피하는 반려견은 다가오지 말라는 보디랭귀지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게 만든다고 먹을 것을 제공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감정이 좋아지는 상태로 바뀌지 않는다.

행동주의학자 스키너의 쥐 실험을 보면 스키너상자에 전기장치를 해놓고 음식을 제공하는 실험에서 통증을 경험한 쥐는 제공된 음식을 거부하지 않고 먹는 행동을 보이는데, 두려운 상자에서 음식을 제공받았다고 해서 상자 자체를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는 통증과 음식이 같은 시스템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클리커 페어 트레이닝은 정확한 이론을 알고 있다면 야생의 동물도 가르칠 수 있다. 야생동물에게 안전이 확보된 영역만 확보해 준다면 아무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사람과의 신뢰가 없는 봉순이도 같은 방법으로 교육을 진행하면 된다.



봉순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봉순이가 원하는 것을 알면 된다. 그럴 때 시간은 걸리지만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사람이 눈 앞에 보이는 것 자체가 싫은 봉순이에게 어떻게 하면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진정 동물을 배려한다면 알아차릴 수 있는데 그것은 사람이 사라져주는 것이다. 작은 보디랭귀지에 사람이 사라져주는 것을 보여줘 물기 직전의 보디랭귀지가 잘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신의 보디랭귀지가 통하자 봉순이는 점점 가까운 거리로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손으로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자발적으로 사람에게 다가와 스킨십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손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핸드 터치를 활용해 알게 해주었다.

반려견들의 문제행동 중 하나는 소통의 단절에서도 나오는데, 요구하는 바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시당할 때 나타난다. 그래서 봉순이가 다가오지 말라는 보디랭귀지를 무시하지 않고 사라져준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자신의 보디랭귀지가 통하자 봉순이는 점점 가까운 거리로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손으로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자발적으로 사람에게 다가와 스킨십을 하기 시작한 봉순이.© News1

서로 소통하며 거리를 순차적으로 좁혀나갔다. 보통 트레이닝시 '으르렁거릴 때 사라지면 으르렁 거리는 행동을 가르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봉순이는 소통이 일방적으로 막힌 상황에서 무는 행동을 한 것이기 때문에 봉순이의 생각을 따라주면서 치료를 진행한 것이다.

봉순이가 좋아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긍정적 강화에 속한다는 말이다. 만약 봉순이의 요구를 무시하고 진행했다면 더욱 큰 불신으로 아마도 문제행동을 치료하지 못했을 지 모른다.

반려견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줄 알아야 진정한 인도적 트레이너다.

한준우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교수. (네발 달린 친구들 클리커 트레이닝 대표, 딩고(DINGO) 코리아 대표, 알파카월드 에듀테인먼트 대표)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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