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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물들에게도 권리가 필요할까
왜 동물들에게도 권리가 필요할까
  •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승인 2017.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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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눈높이에 맞춘 동물 권리에 관한 책이 나왔다. (사진 출판사 철수와영희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소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잔혹하게 개를 학대한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육식을 거부하는 원인이 된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이기에 10대에 형성된 동물에 대한 인식은 어른이 돼서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10대와 통하는 동물권리 이야기'에 눈길이 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국동물교감전문가협회 대표이기도 한 저자 이유미는 자신을 남들보다 조금 더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큰 충격을 받거나 한편으로는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동물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Δ잃어버린 동물들의 권리 Δ우리 주변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 Δ동물들의 행복할 권리를 주제로 철학적인 접근에서 시작해 동물의 권리가 침해받는 사례들로 이야기를 확대해 나간다.

저자는 인간이 농경사회를 시작하며 동물의 삶에 직접 개입하게 됐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동물을 먹이고 재워주며 관리해 주는 대신 동물에게 짐을 운반시키거나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최소한의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동물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며 문제가 나타난다. 식량 뿐 아니라 실험용으로, 한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철학자들은 반기를 든다. 제레미 벤담은 동물도 우리와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서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이란 책에서 동물들의 고통을 덜어 주어야 우리 인간도 궁극적으로 행복해진다는 논리를 펴는 등 몇 몇 유명한 철학자들은 인간이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각 나라의 동물 보호법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다. 독일은 일찍이 1933년 '제국 동물보호법'을 기초로 1972년부터 본격적인 동물보호법이 제정 및 시행됐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1991년에 만들어졌다. 독일은 가장 먼저 동물보호법이 생긴 만큼 인식에서도 앞선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애견숍은 독일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동물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 할 때도 모든 가족이 와서 동의를 하고 간단한 테스트도 치러야 한다.

다른 나라와의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태를 진단하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우리나라도 동물에 대한 인식이 한 발짝 나아갔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각국이 동물보호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비교는 개선의 여지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청소년시기 학교에서 행해지는 동물실험에 대해 비판한다. 단순히 이미 증명된 과학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개구리 실험 같은 과정이 필요한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뿐만 아니라 수의대 실험 과정, 화장품 성분·신약 성분 테스트를 위한 동물 실험에 대해서도 날을 세운다.

그 외에도 Δ농장에서 고기가 되기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의 환경 Δ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원의 동물 Δ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 Δ유기동물 입양과 인식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한다.

책은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 지점에 도착한다. 비록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아니더라도 인식이 변화되면 점차 행동도 바뀌고 이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동물에 대한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단 것을 강조한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다루는 내용과 주장은 가볍지 않다. 오히려 진지하고 무거운 편이라 어른이 청소년과 함께 읽고 토론을 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동물문제에 대한 수많은 질문이 마음속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읽기 전과 달라진 자신의 생각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조금 관심을 가진 뒤부터는 전혀 당연하지 않더군요.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알고 나니 보이고, 보게 되니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시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유미 지음·최소영 그림·철수와영희·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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