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C씨(29·서울 중구)는 최근 집 주변을 떠돌아다니는 삼색 길고양이 한 마리에 마음을 빼앗겼다. 사람을 봐도 도망 다니기 바쁜 여느 길고양이들과 달리 그 고양이는 C씨에게 살가웠다. 집 앞 골목을 지날 때면 어느새 다가와 꼬리를 흔들며 몸을 비벼댔고, 문 앞에서 C씨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기도 했다.
C씨는 결국 고양이를 데리고 가 키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걱정도 컸다. 길고양이를 집에서 잘 키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C씨는 "아무리 사람을 잘 따른다고 해도 길고양이는 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길고양이에게 무얼 해줘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 애교를 부리거나 집까지 쫓아오는 등 보기 드문 행동을 하는 고양이들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고양이에게 간택 받았다'고 표현하곤 한다.
고양이에게 간택 받은 이들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나를 잘 따르는 길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들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길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온 이후에 시작된다. 오랫동안 길에서 자유롭게 생활한 고양이가 실내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다 결국 다시 길 위로 돌아가는 경우도 흔하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가 훌륭한 집고양이가 되는 데엔 '집사'의 역할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황철용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길고양이를 훌륭한 집고양이로 만들려면 몇 가지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길고양이를 집에 들인 경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길고양이의 본성을 강제로 억제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사람을 잘 따르더라도 하루아침에 집고양이로 급변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길에서 생활한 고양이일수록 실내 생활 적응이 힘들다.
황 교수는 "고양이가 정말 실내 생활을 좋아하는지 며칠간 관찰하는 것이 좋다"면서 "외출 고양이로 살게 할 것인지, 집에 완전히 정착해 살게 할 것인지는 고양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고양이가 실내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 구충제 처방, 피부사상균감염증 여부 확인 등은 꼭 거쳐야 할 절차다.
중성화 수술도 필수다. 실내생활에 적응해도 중성화 수술을 안 받으면 발정기에 짝을 찾아 집을 나갈 확률이 높다. 특히 수컷의 경우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영역 표시를 위해 소변을 아무 데나 흩뿌리므로 수술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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