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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동수와 함께하는 동물보호 이야기]'옥자'는 공장식 축산을 바꿀 수 있을까
[버동수와 함께하는 동물보호 이야기]'옥자'는 공장식 축산을 바꿀 수 있을까
  • (서울=뉴스1) 명보영 수의사
  • 승인 2017.07.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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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스틸 컷.© News1

(서울=뉴스1) 명보영 수의사 =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봤다. 대략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봤지만 옥자가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과 엄마, 아빠 돼지가 새끼 돼지를 계류장에서 밖으로 힘껏 밀어 내는 모습에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도 그 장면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이제 고기 먹지 않을꺼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 의지대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다음 날 아이들에게 고기로 제공되는 동물들이 어떻게 키워지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얘기해 줬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로 사람들 생각이 바뀌고 이에 대한 얘기가 많아지면 영화에서 보는 장면들이 바뀔 수도 있다고 애기했다.

필자는 고기를 즐겨먹는 사람 중 하나였다. 지금은 고기를 끊은 지 5년이 넘었는데 그 계기가 개식용 금지와 관련된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개식용, 농장동물과 관련된 영상들을 보고 나서다.

그후로 냄새를 맡으면 먹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머리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남들에게 채식을 권하지도 않는다.

농장동물과 관련된 현실을 대략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접한 것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고기로 제공될 아이들이라지만 그래도 생명인데 이렇게 취급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농장동물은 대부분 고기를 위해 키워지는 동물이다. 현행 축산법에 기재된 동물이 대부분 농장동물에 포함된다. 그런데 축산법에는 '개'도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개식용 농장주들은 본인이 축산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축산인으로 대접해 주고 있다.

농장동물은 일반적으로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길러진다. 현대의 축산업은 집약적 축산 또는 공장식 축산이라는 용어로 요약되며, 이는 말 그대로 한 군데에 많은 동물을 모아놓고 사육하는 것과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고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동물을 생산·사육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육방식은 200여 년 전 울타리가 처진 지역에서 동물들이 길러지면서 시작됐다. 교배와 번식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 증가하게 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20세기 초반부터 사료전환 효율, 사육밀도, 유전적 선택과 교배를 통한 성장률이 중요해지고, 투자자본의 효율 극대화를 꾀하면서 이런 사육방식이 더 각광을 받고 있다. 50여 년 전부터는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술의 사용을 크게 증대시킨 현대 공장식 축산 방식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7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더불어 급속히 성장해 온 축산업이 초기의 소규모 부업 형태에서 점차 기업형으로 변화됐다. 축산 동물 품종 확대도 추진 된 적 있다.

2001년에는 타조, 오소리, 뉴트리아 등 동물의 축산업을 합법화시키고 개식용 또한 합법화가 시도된 적 있다. 지금도 개식용을 찬성하는 이들은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시켜 개식용을 법적으로 문제없도록하자는 것이다.

축산 영역에서의 합법화는 곧 산업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한 축종의 합법화는 희생되는 동물이 더욱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장식 축산에 의해 다양한 동물복지상 문제도 발생한다.

단기적으로 고기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초식동물에게 양과 소의 사체를 사료로 제공했는데, 이것이 광우병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으며 동물 본연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아 환경의 부적합성, 신체 훼손, 질병 등에 노출됨으로써 성장촉진제 사용, 항생제 잔류 등의 문제도 만들어 냈다.

강제 환우(forced moulting)와 부리 자르기, 어미와의 유대 관계 단절, 닭 사육장에서 열사병 폐사, 동사, 화재 사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인한 대량 살처분, 토양오염, 환경오염 등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친환경, 인도적인 사육, 인도적인 도축에 대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실효성, 일반화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들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농장동물 복지를 위해 국가에서 적극 장려해야 한다.

동물복지인증제가 도입되면서 이 인증을 받은 농장들이 서서히 생기고 있다. 동물복지인증제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비용 지출이 더 늘어나는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고기의 수요가 늘어나야 동물복지 농장들도 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반적인 상황이 좋아지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닭에서의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 사육 방식과 돼지에서 좁은 스톨(Stall) 사육방식은 고질적인 동물복지에 반하는 축산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단계적으로 이러한 사육방식도 없어질 예정이다.

고기, 유제품 등이 어떻게 왔는지, 어떻게 하면 밥상에 오기까지 인도적인 상황으로 올 수 있는지 한 번씩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영화 '옥자'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명보영 수의사(광주 주주동물병원장).©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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