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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받은 강아지에 탈취제 뿌리고 '깔깔'…진실공방 2라운드
수술받은 강아지에 탈취제 뿌리고 '깔깔'…진실공방 2라운드
  •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승인 2020.12.20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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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신상 공개 법적 대응"…"견주, 불법 교배" 주장도
피해 견주 "이젠 사과·처벌 없어도 돼…모두 2차 피해만 없길"
광주 한 동물병원에서 유치 발치 수술 후 회복 중 숨진 삼순이의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스1 © News1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광주에서 5년째 애견 호텔·미용숍을 운영하는 30대 A씨 부부. 결혼 후 실버 토이푸들 4마리와 가족같이 지냈다.

미용숍을 오픈하면서부터 강아지에게만 신경을 쏟아서였을까. 이들 부부에게는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아기를 갖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임신은 되지 않았고, 고민은 쌓여갔다. 급기야 아내는 난소가 터져 큰 수술을 했다.

A씨는 "수술 후 병원에선 임신 확률이 매우 낮아졌다고 했고 이때부터 아내의 애견에 대한 애착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들 부부는 기르고 있던 실버 토이푸들과 같은 종인 '삼순이'를 새 가족으로 데려왔다.

아기가 생기지 않은 데 대한 보상심리까지 더해져 새 가족 삼순이에 대한 아내의 애정은 갈수록 더 커졌다.

삼순이를 데려온 지 7개월쯤 지난 11월 중순 삼순이의 유치가 빠질 시기가 됐음에도 빠지지 않았다. 삼순이 잇몸질환은 악화됐다.

부부는 가게와 가까운 남구의 한 동물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선 "삼순이가 어리고, 작아 당장 해줄 것이 없다"고 했다. A씨 부부는 병원에서 추천해 준 잇몸을 케어하는 치약만 구매해 돌아왔다.

부지런히 잇몸 케어 치약을 사용했으나 20여일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고 삼순이의 잇몸은 더 안 좋아졌다.

지난 1일 A씨 부부는 다시 병원을 찾아 삼순이의 유치를 발치하자고 제안했다. 발치예약일은 이튿날로 잡았다.

발치를 앞두고 삼순이는 가끔 기침을 했다.

2일 오전 삼순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A씨는 "삼순이가 기침을 하는 데 괜찮겠냐"고 수의사에게 물었다. 수의사는 "괜찮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병원에선 "곧 수술에 들어가는데, 입원시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A씨는 병원에서 더 신경 써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삼순이를 입원시켰다. 유치가 빠지지 않고, 입원까지 해야 한다는 말에 A씨 부부의 걱정은 커졌다.

오후 6시쯤 수술이 끝났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병원에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A씨 부부가 병원에 연락하자, 병원 측에선 "수술이 끝나고 회복 중"이라고 했다.

부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4시간 뒤인 오후 10시쯤 갑작스럽게 "삼순이가 죽었다"는 청천벽력같은 병원 측의 연락을 받았다.

깜짝 놀란 부부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차갑게 식은 채 굳어있는 삼순이를 봤다.

사인을 물었다. '호흡 마취 후 회복 중 쇼크사'라고 했다.

충격에 휩싸인 부부는 아무런 경황도 없이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서 삼순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집에 도착해 삼순이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한 거죠. 삼순이 몸에서 인위적인 향기가 섞여 나더라구요."

A씨 아내는 언니와 함께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다시 한번 사인을 물었다고 한다.

"병원 측에서는 '기침을 했던 삼순이에게 기관지염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침을 다스리지 못하고 수술에 들어가 죄송하다'고 했어요."

수의사에게 "삼순이 얼굴이 미용이 돼 있고, 이상한 향기가 난다"고 말하자 "우리 병원은 수술로 지저분한 상태가 되면 깔끔한 상태로 견주에게 보여주기 위해 간단한 미용을 해준다"는 답을 들었다.

A씨 부부는 그동안 수술 뒤 케어해주는 동물병원은 보지 못했던 터라 이상하게 여겨 병원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구했고, 이메일로 영상을 받았다.

광주의 한 동물병원이 유치 발치 수술을 마치고 마취가 덜 깬 강아지에게 탈취제를 뿌려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스1 © News1

영상을 본 견주 부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상에는 수의사가 삼순이 수술을 마치고 나간 뒤 수의테크니션 등 직원들이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삼순이에게 탈취제 등을 뿌리면서 깔깔 웃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화가 난 부부는 병원 측에 따졌다.

"병원 측은 합의와 법적대응을 운운했고, 이 때문에 SNS에 해당 사건을 올리게 된 거죠."

A씨는 미용 애견숍을 이용하는 손님들이라도 해당 병원을 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SNS에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접한 뒤 분노해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게시했고, 7일 시작된 청원은 10여일만에 청원동의 14만을 넘어섰다.

동물병원 측은 SNS를 통해 "삼순이의 마취 회복 과정 중 좀 더 신경을 써주기 위해 한 행동이었을 뿐 학대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수술 뒤 염증 냄새 제거를 위해 부적절한 제품을 사용한 것은 너무 죄송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A씨는 "병원 측이 직접 연락해 사과하진 않았다"며 "일이 커지자 인터넷 카페에 사과글만 올린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 말에 또 격분한 네티즌들은 청원글 작성에 멈추지 않고 경찰에 고발까지 이어갔다.

남구청과 네티즌 등 4건의 고발장을 접수한 광주 남부경찰서는 동물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탈취제 등으로 인한 죽음인지에 대해 인과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순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14만을 넘어섰다.(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 News1

이에 삼순이의 수술을 맡았던 동물병원측이 해당 견주를 상대로 고소하면서 결과가 주목된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인터넷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을 받았다는 해당 동물병원의 고소장이 접수돼 조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고소인은 동물병원 수의사와 수의테크니션 등 4명으로 지난 3일 견주가 허위·과장된 내용으로 SNS에 게시글을 작성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술을 맡은 수의사 겸 대표원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직원이 탈취제와 사람용 미스트를 사용한 것은 견주와 함께 CCTV를 보고 발견했다"며 "직원들이 동물 학대의 의도가 아닌 원장의 교육 부족 또는 개인적인 무지에 의한 행동이라 믿는다"고 해명했다.

또 "탈취제 등을 사용하며 웃는 행위는 제품을 뿌리면서 즐거워한 것이 아닌, 웃음이 나올 대화를 하며 제품을 뿌린 것"이라며 "다시 한번 부적절한 제품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수의사는 "최근 인터넷상에서 제 딸의 사진이 돌아다니고, 직원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등 선을 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순이 견주 부부가 운영하는 애견 미용숍에서 허가 없이 직접 교배시키고 분양한다는 의혹 글이 인터넷에서 떠돈다"고 말했다.

또 "삼순이는 부부가 기르는 반려견이 아닌 분양 보내기 위한 강아지"라고 주장했다.

삼순이의 죽음에 이어 진위 공방으로 번진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A씨는 "사실무근"이라며 "미용을 맡기는 손님들이 기존에 키우고 있던 실버 토이푸들을 보고 분양 문의가 빗발쳐 허가가 난 농장에서 데리고 와 분양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렇게 분양한 강아지는 단 3마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교배를 시켜 분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삼순이 또한 분양하기 위한 게 아니다"며 "인터넷 분양 글에 삼순이 사진을 참고용으로 올린 것이지, 삼순이를 분양한다는 글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병원도 큰 피해를 입고, 저희 가게도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나돌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우리가 미용숍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이라면 허무맹랑한 소문도 없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해당 병원이 처벌받거나 사과한다고 삼순이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안다"며 "이제는 조용히 지나가고 모두에게 2차 피해가 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남구청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과실이 인정될 경우 해당 동물병원에 60만원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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