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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잘돼 건강"…마라도 길냥이 42마리 제주로 이사 마쳤다
"관리 잘돼 건강"…마라도 길냥이 42마리 제주로 이사 마쳤다
  •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승인 2023.03.03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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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 목적…"추후 입양자 찾을 계획"
뿔쇠오리 사냥 주범 고양이 아니라는 주장도
마라도에서 포획·구조된 길고양이가 3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제주세계유산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제주도는 마라도 길고양이가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사냥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고양이 42마리를 포획해 이날 본섬으로 이송했다. 2023.3.3/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눈곱도 없고 건강하네요. 이 정도면 마라도에서 잘 관리됐던 것 같습니다."

3일 오전 윤영민 제주대학교 수의내과학 교수와 의료진들이 제주시 조천읍 제주세계유산센터에서 가운을 입었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 고양이 42마리의 건강검진을 위해서였다.

제주도와 동물보호단체는 지난 1일부터 이틀에 걸쳐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공격하는 주용의자로 지목된 마라도 고양이들을 포획해 이날 제주본섬으로 이송했다.

제주대 오홍식 교수팀에 따르면 마라도에는 60~70마리의 고양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돼 절반이 넘는 고양이들이 제주로 이주한 셈이다.

다행히 고양이들의 건강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다. 윤영민 교수는 "외형적으로 봤을 때는 관리가 잘된 건강한 상태로 보인다"며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어 추가 검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3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제주세계유산센터 내 부지에 마라도에서 포획·구조된 길고양이들이 지낼 보호시설이 마련돼 있다. 제주도는 마라도 길고양이가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사냥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고양이 42마리를 포획해 이날 본섬으로 이송했다. 2023.3.3/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유산센터 뒤편에는 약 120평 규모의 보호시설이 마련됐다. 검진 후 건강한 고양이들은 바로 보호시설로 옮겨진다. 건강상태가 나쁜 고양이들은 제주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다.

고양이 관리는 도 세계유산본부와 제주지역 동물보호단체로 구성된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가 함께 맡는다. 제주도는 한달간 상황을 지켜본 후 공식 공고를 내고 입양자를 찾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고영만 제주세계유산본부장은 "본부 주관으로 보호단체와 당번을 정해 고양이들을 관리한다"며 "분양을 원하는 도민이 있다면 향후 공고를 내 입양자를 찾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라도 주민들이 10여 년 전 쥐를 쫓기 위해 고양이들을 들여온 만큼 문화재청과 함께 마라도 유해생물 방제 작업에도 나설 방침이다. 마라도 주민이 입양한 고양이들을 포함해 섬에 여전히 2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달 말 추가 포획 계획도 잡아둔 상태다.

제주도는 마라도에 남아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새로운 개체 유입을 예방하는 등 향후에도 개체수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마라도 길고양이 구조·반출 작업이 시작된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한 고양이가 포획틀에 갇혀 있다. 2023.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현장에서는 뿔쇠오리를 잡아먹는 주범이 고양이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황미숙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대표는 "마라도에서 이틀간 고양이들을 구조하고 곳곳을 살펴본 결과 고양이들이 뿔쇠오리를 죽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오히려 개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사체까지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4일 뿔쇠오리 4마리의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개들이 고양이들을 몰아붙여 영역활동을 할 수 없는 곳이었다"며 "뿔쇠오리는 물론 고양이, 마라도에 사는 야생생물들이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번 구조활동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동물보호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뿔쇠오리가 고양이 먹잇감으로 위협받자 마라도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반출하기로 합의했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5000~6000마리에 불과할 만큼 희귀한 철새다. 뿔쇠오리는 번식기간인 2월 하순부터 5월 초까지 마라도에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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