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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도심 호수공원 수달과 삵 출현…사람과 공존할 수 있을까
청주 도심 호수공원 수달과 삵 출현…사람과 공존할 수 있을까
  •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승인 2023.07.0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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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종 잇달아 포착…국립생태원 모니터링 중
주민 10여 명 보호단체 발족·시의회 조례 마련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운 좋으면 볼 수 있어요. 저도 한번 본 적 있어요."

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호수공원에서 만난 이모씨(35)는 두 달 전쯤 공원 산책을 하다가 수풀 사이로 헤엄치는 수달 두 마리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크길을 따라 걷던 중 수풀 속에서 뭔가 튀어나와 지나가길래 깜짝 놀라 자세히 봤더니 수달이었다"며 "신기한 마음에 바람 소리를 내 불러봤더니 소리에 맞춰 고개를 흔들다 물속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오송호수공원에서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포착했다는 주민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까지는 최대 3마리의 수달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깨끗하고 먹이가 풍부한 물에서 주로 사는 수달의 출현은 오송호수공원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호수공원에서 수달뿐만 아니라 다른 멸종 위기종까지 관찰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인 삵의 모습이 포착됐다. 삵 한 마리가 산책길 주변 호수를 유유히 헤엄치며 수풀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시민에게 발견됐다.

오송호수공원에 출현한 삵 모습.(오송수달지킴이 제공).2023.07.01./뉴스1


멸종 위기종이 관찰되고 있는 오송호수공원의의 생태 환경은 유지될 수 있을까.

오송은 청주 내에서도 도시 개발이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주거단지 조성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최근에는 호수공원과 멀지 않은 곳에 폐기물 매립장 증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주민 10여 명은 지난해 '오송수달지킴이'라는 단체를 발족했다. 수달을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 활동을 하기 위함이다.

수달지킴이 회장은 "호수공원에 수달 말고도 삵, 황조롱이, 담비 등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발견되고 있는데,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며 "아직은 공원의 생태 환경이 양호한 편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송호수공원 내 국립생태원이 설치한 모니터링 카메라에 수달이 포착된 모습.(오송수달지킴이 제공).2023.07.01./뉴스1


이곳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생물들이 공원 내에 정착한 건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공원이 동물들의 활동 반경 안에 포함돼 있을 뿐, 실제로 서식하는 곳은 인근 미호강 등의 하천일 가능성이 있다.

단체는 서식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국립생태원에 요청했다. 국립생태원은 요청에 따라 지난 2월부터 호수공원 내 무인 센서 카메라 2대를 설치해 수달의 출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1년간 모니터링을 해 수달이 머물고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지난 3월까지의 모니터링에서는 수달 한 마리의 존재를 확인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카메라를 설치할 때 살펴본 결과 저수지 내 물고기가 많아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며 "기존에 인근 습지에서 지내던 수달이 공원 안에 먹잇감이 있다는 것을 포착해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생태원은 공원 내 수달이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면 주민들과 보호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청주시의회는 시민과 야생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박완희 청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청주지역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해 '야생생물 보호구역 관리 조례(가칭)'를 발의할 계획이다.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관리 인력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고양시, 공주시, 광주시 등 전국에서 11개 지자체가 야상생물 또는 멸종 위기종 보호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박 의원은 오송을 비롯해 산남동 원흥이 방죽 등 지역 내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은 1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의원은 "청주에 수달, 삵, 담비, 미호종개, 맹꽁이, 금개구리 등 다양한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을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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