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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내 운명"…한우를 명품 브랜드로 만든 수의사
"소는 내 운명"…한우를 명품 브랜드로 만든 수의사
  •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승인 2024.01.1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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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우조합장협의회장 지낸 최창열 수의사
소를 돌보고 있는 최창열 수의사(들꽃농원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소는 제 운명이죠. 대동물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진료비 대신 마늘을 받기도 했는데 그것도 제 복이죠."(웃음)

한우농장인 들꽃농원의 최창열 대표는 '거창애우' 브랜드를 정착시킨 당사자다. 지난해까지 거창축협 조합장과 전국한우조합장협의회 회장을 지내며 농민의 대변자로 활동했다.

그는 한우 공동정산, 전국 최초 근출혈보상제도 도입 등 농민을 위한 제도 개선에 힘써왔다. 그동안 활동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최 대표로부터 퇴임 후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한우 농가소득안정화 위해 공동정산 사업 제안

최창열 대표는 지난 15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소를 좋아했고 대학도 서울대 수의대를 갔다"며 "동물병원도 했고 현재는 소를 직접 키우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경남 거창군에서 3남 7녀 중 7번째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 수의과대학을 진학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위생연구도 했고 1995년 거창에서 동물병원도 운영했다.

최 대표는 "동물병원 진료 당시 소동물(반려동물) 50%, 대동물(농장동물) 50% 비율이었다"며 "대동물 진료시에는 진료비 대신 마늘, 양파, 감자 등 농산물을 대신 받아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것도 제 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 나가던 병원을 접고 2002년 소를 직접 키우기 시작했다. 애당초 자신의 소만 키울 생각이었던 그는 이듬해 거창군농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농가 발전을 위한 정책과 교육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당시 거창한우협회 지부장이 '자네처럼 젊고 많이 배운 사람이 혼자만 잘 살면 직무유기'라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국립대를 다닌 덕분에 국민 세금으로 혜택을 받았다"며 "제가 누린 혜택은 이제 다른 사람을 위해 써야할 때라고 판단해 협회 일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협회 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식자'로서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게 됐다. 모르는 사람들의 '소나 키우라'는 말은 무지몽매한 소리로 들릴 만큼 많은 일을 했다.

최 대표는 "협회에서 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처음 거창군농민단체협회 사무국장을 할 때 명품화추진위원회를 제안하고 실무를 맡았다"며 "브랜드 필요성을 강조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농가를 설득한 끝에 '애우'를 탄생시켰다"고 비화를 전했다.

2008년 전국한우협회 거창군지부장 재임 당시 제안한 공동정산 사업은 잊을 수 없는 업적 중 하나다. 이 사업은 거창의 한우브랜드 '거창애우' 정착과 농가소득안정화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최 대표는 "당시 거창의 농가들은 한우를 추석과 설날 명절에 출하해 수입이 특정시기에 집중돼 있었다"며 "브랜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우가 연중 균일하게 소비자들에게 유통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제시한 해결책은 '공동정산'. 농가 수입을 3개월 단위 분기별로 나눠서 정산해주는 사업을 기획한 것. 설과 추석이 낀 2번의 성수기에는 정산금을 감액하고, 다른 2번의 비수기에는 정산금을 증액했다.

그는 "농가 수입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유지해 브랜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6개월간 농민들을 설득해 공동정산을 확정했다"며 "이후 농가는 한우의 연중 출하와 소득 안정을 이룰 수 있었고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를 돌보고 있는 최창열 수의사(들꽃농원 제공) ⓒ 뉴스1


◇한우전문교육과정 통해 귀농인, 청년창업농 지원

최창열 대표는 다함께 잘살기 교육도 했다. 한우전문교육과정(한우사관학교)을 통해 신규로 한우산업에 진입하고자하는 한우귀농인과 청년창업농을 지원했다.

그는 "처음에 누구에게, 어디에서 한우 사육을 배웠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한우사육방식이 달라진다"며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와 협의해 신규로 한우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한 한우교육장을 거창축협 생축장에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거창축협 조합장을 지낸 9년 동안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임직원은 70명에서 15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축협에서 로컬푸드 사업과 학교급식 사업을 맡게 됐고 먹거리통합지원센터도 위탁운영하는 등 발전을 거듭했다.

그는 또한 전국 최초 근출혈보상제도 도입부터 △새로운 TMR사료 개발 △최초 축산농가 생산비 절감 위한 옥수수 사일리지 베일러 위탁생산사업 실시 △처치가 힘든 퇴비의 농지환원 △경상국립대 축산학과와 연계한 조합원 자녀 학자금 지원사업 △한우농가 안정화를 위한 한우산업기본법 제정 촉구 등 많은 분야에서 남다른 추진력을 보여줬다.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밝혔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 정착을 위해서는 농가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과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장동물의 복지를 향상하려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가의 노력에 대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동물복지인증축산물을 알리고 직불금 제도 시행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최 대표는 올해도 농가와 소통하며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연결돼 있다는 원헬스 개념에 입각해 광우병, 럼피스킨 등 전염병이 발병하지 않도록 현장에 기반한 전문 수의방역활동도 할 계획이다.

그는 "좌우명이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판단해 실행하라는 학문사변행(學問思辨行)"이라며 "앞으로도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축산업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해피펫]

최창열 수의사 프로필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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